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3차 대유행 (코로나19 3차 팬더믹)에 대한 공포가 연말 내수경제에 먹구름을 드리고 우고 있다. 정부가 팬더믹 재발을 차단하기 위해 오는 24일부터 수도권에 대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2단계로 격상키로 하면서 자영업자들이 크리스마스 특수는 커녕 경영난 심화를 우려하고 있다.
지난 주말 서울경제신문이 서울과 지방 등의 자영업 현장을 취재해 보니 시중 매장에선 이미 손님들이 급감해 매출 감소를 호소하는 상인들이 많았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한 시민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매장 내방객이 급감한 것이다.
홍대입구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최 모(50)씨는 지난 20일 “최근에 거리두기 1.5단계로 격상된 이후 확실히 지난주보다 손님이 줄었다”면서도 “차라리 손님이 여기서 더 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씨는 “확진자가 많아져 (오는 24일부터)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면 9시에 문을 닫아야 하는데 술집은 야간에 문을 못 열면 영업하는 의미가 없다”며 “지금도 직원들 월급 주기가 버거운데 정말 큰일”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도 파주의 한 대형아울렛쇼핑몰에선 연말 특수를 겨냥한 할인 행사 준비로 직원들이 분주했지만 정작 손닙들은 예년보다 부쩍 감소했다. 이 쇼핑몰의 한 매장 점원은 “10월만 해도 (거리두기 조치가 1단계로 내려가면서) 손님들이 늘면서 매장이 제법 붐볐는데 요즘 들어선 다시 줄고 있다”며 “크리스마스 관련 할인행사도 준비했지만 손님들이 예전보다 많이 없어 썰렁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지방의 체감경기는 더 차갑니다. 강원도 평창의 한 숙박업소 사장은 “12월이면 스키를 타러 왔다가 숙박하고 가는 손님들이 많이 올 시기”라면서도 “올해 1~2월에도 코로나19로 손님이 뜸해 적자 운영을 했는데 요즘 분위기를 보면 이번 겨울에도 적자가 날 판”이라고 전했다
급랭한 내수분위기를 살리려면 무엇보다 시민들의 자발적 방역수칙 준수가 뒤받침돼야 하지만 유흥시설 등을 중심으로 긴장감이 흐트러진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특히 전반적인 내수부진 상황에서도 선별적으로 ‘불금’, ‘불토’를 즐기려는 젊은 층이 몰리는 서울 중심가의 주점 등에서 방역기준 위반 사례가 흔하게 나타났다. 지난 20일 저녁 본지 취재진이 찾은 강남구 선릉역 앞 먹자골목에선 30㎡ 남짓한 좁은 주점 공간에 24명의 손님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기자가 가게에 들어서자 직원이 명부 작성을 요구했지만 체온을 측정하는 과정은 생략됐다. 인근의 한 감자탕 가게는 면적이 50㎡이상 돼 보였는데 해당 규모의 매장이 지켜야 할 방역수칙(테이블 띄어 앉기 좌석 한 칸 띄어 앉기, 테이블 간 칸막이나 가림막 설치하기)중 무엇도 지키지 않았다.
같은 날 심야 서울 마포구의 홍익문화공원에선 내국인과 외국인 20여 명이 마스크를 턱까지 내리거나 아예 벗은 채 춤을 추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바로 옆 현수막에 적힌 ‘마스크 착용은 서로를 존중하는 기본 예절입니다’라는 문구가 무색했다. 이 곳에서 친구들과 자주 모인다는 외국인 A(22)씨는 “남의 나라에서 이렇게 하는 것에 미안한 마음도 들지만 솔직히 해외에 비하면 한국은 코로나가 그렇게 심각한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날이 추워서 이렇게 놀다가 곧 실내 술집으로 이동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방역을 철저히 지키고 있는 대다수의 소상공인들은 이 같은 일부 수칙 위반 매장이나 손님으로 인해 감염확산세가 지속되고 내수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자신만이라도 방역을 철저히 해 위기를 빨리 종식시키려 노력하는 소상공인들도 맣았다. 거리두기 강화조. 홍익문화공원 근처 주점에서 일하는 정 모(27)씨는 “명부 작성도 철저하게 하고 있고 테이블도 정부 지침에 맞게 빼 놨다”며 “확진자가 더 늘어 운영에 지장이 생길까봐 조마조마한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김태영·허진·이주원·한민구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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