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CGI가 거느린 다수 펀드의 주요 출자자(LP)인 조선내화(000480)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의 올 4·4분기 ESG평가에서 ‘C’ 등급을 받았다. KCGS의 ESG 등급은 S, A+, A, B, B+, C, D 등 7등급으로 나뉘며 통상 ‘B+’ 등급은 돼야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조선내화는 특히 지배구조 부문에서 낙제점인 C 등급을 받아 주주 이익 보호가 미흡했다.
조선내화는 지난 1947년 전남 광양에서 문을 연 내화물(벽돌) 생산기업으로 포스코의 오랜 협력업체다. 지난해 매출 7,571억원, 영업이익 213억원을 올린 알짜 기업이자 최근에는 KCGI의 주요 LP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18년 KCGI 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를 시작으로 KCGI 제1호의1, 제1호의6, 제1호의11 사모투자합자회사에 총 970억원을 출자했다. 이렇게 출자한 자금들이 한진칼과 대림산업 모회사인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매입 대금으로 쓰였다.
문제는 막상 조선내화의 지배구조가 최근 ESG 표준과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조선내화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인데도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나 임원에 대한 보상위원회 등이 설치돼 있지 않다. 이사회에 대한 사외이사의 견제 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또 사외이사들이 충분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는 이유로 별도의 사외이사 교육도 실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는 사이 고(故) 이동훈 창업주 이후 4대에까지 지분 승계가 진행돼 현재 이인옥 회장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 비율은 61.29%에 달한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돈에 꼬리표가 달린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KCGI의 LP들은 ESG에 관심이 없는 기업이나 개인 자산가들로 구성돼 있는데 이 자금을 받아 쓰는 운용사가 기업 거버넌스 개혁을 외치면 진정성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연기금 LP들도 수익률에 앞서 ESG 평가를 중요시하는 점을 감안하면 KCGI는 최근 추세와 다소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KCGI와 주주연합을 구성하고 있는 반도그룹도 지배구조 문제와 관련해 끊임 없이 잡음이 일고 있는 곳이다. 권홍사 반도그룹 회장은 아들인 권재현 반도건설 상무에게 지주사인 반도홀딩스 경영권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소액주주를 위해 마련된 차등배당 제도를 역이용해 배당금 약 638억원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증여세 등에 대한 세금 탈루 의혹까지 제기돼 지난 10월 말 시민단체들이 세무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 속에서 권 홍사 회장은 이달 전격 퇴임을 발표한 바 있다.
한편 KCGI가 한진칼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은 오는 25일 첫 심문을 거쳐 빠르면 이달중 법원의 결론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이번 가처분 소송이 기각되면(산업은행 한진칼 지분 확보) KCGI는 막다른 골목에 몰리게 된다. 국내 한 PEF 대표는 “항공산업 경영의 긴급성을 감안하면 법원이 가처분 소를 기각할 가능성이 커보인다”며 “한진칼과 KCGI 중 어느 쪽이 법원에 항공업과 주주를 위한 명분과 비전을 제시하느냐에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