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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스타항공 폐업 중에도 예약 받아"...뿔난 승객들 환불소송

피해자 35명, 이익금 반환 청구訴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이스타항공의 본사의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다. /연합뉴스




회사원 정 모(30) 씨는 올해 9월 아내와 함께 홍콩에 가기 위해 이스타항공에서 지난 2월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하지만 비행기를 타기는커녕 지금까지 항공권을 환불받지 못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3월부터 전 노선 ‘셧다운’ 조치를 내린 이스타항공이 경영난으로 사실상 폐업의 길로 들어선 탓이다.

정 씨를 비롯해 항공권을 환불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결국 이스타항공을 상대로 돈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항공권을 환불받지 못한 피해자 35명은 이스타항공을 상대로 지난달 20일 부당 이익금 반환 청구 소송을 서울남부지법에 제기했다.

소장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원고들이 지급한 항공권 이용 대금 결제 금액 상당의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해 원고들에게 손해를 가한 것이므로 이익 상당의 금액을 부당 이득금으로 반환할 책임이 있다”며 “소장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 비율로 계산된 지연 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씨는 “이스타항공의 비행기가 3월부터 운행하지 않는데도 항공사나 여행사로부터 먼저 연락을 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면서 “이스타항공은 운행 능력이 없으면서도 올해 6~7월까지도 예약을 받는 등 의도적인 악행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이스타항공의 항공권을 환불받지 못한 소비자들의 피해는 줄을 잇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1372소비자상담센터에는 올해에만 이스타항공 관련 840건의 소비자 피해 문의가 접수됐다. 하지만 한국소비자원도 피해를 본 소비자에게 도움을 줄 방법은 없는 실정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현재 이스타항공의 정상 업무가 불가능한 상태여서 피해 구제를 신청해도 소비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은 없다”고 밝혔다.

일부 여행사들이 항공권을 취소해주겠다며 환불 수수료를 받아간 피해도 발생했다. 여행사가 항공권을 환불해 주겠다며 피해자들에게 환불 수수료를 받아갔지만 항공권을 환불받기는커녕 추가로 지급한 수수료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들의 법률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예현의 송경재 변호사는 “소비자들의 예매 내역이 입증돼 있어 승소 가능성은 매우 큰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이스타항공이 피해액을 변제할 능력이 없어 승소하더라도 당장 환불을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다만 이스타항공의 오너가 현역 국회의원이고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 항공사가 회생할 가능성이 있는데 그때 채권 신고를 편하게 하기 위해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기문기자 do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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