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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대신 미술품으로 상속세 낼 수 있을까

■'상속세 물납제 도입' 토론회

"문화재 해외반출 방지·국부창출"

허용대상·가치평가는 선결 과제

상속세의 문화재, 미술품 물납제 도입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가 1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렸다.




“대한민국이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확산된 성숙한 사회를 이루고, ‘생계형 현금 복지’에서 ‘보편적 문화 복지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문화재·미술품으로 상속세를 대납할 수 있는 물납제도가 필요합니다.”(정준모 큐레이터·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

“미술품을 물납 대상에 추가하려면 해당 미술품이 수납할 가치가 있는 미술품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공신력 있는 판단 주체가 전제돼야 합니다.”(김소영 한미회계법인 회계사)

문화재와 미술품으로 세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박물관협회가 공동 주최한 ‘상속세의 문화재·미술품 물납제도 도입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가 1일 오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현장 참여를 최소화 하고 온라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공개됐다. ‘물납제도’란 상속세, 재산세를 납부할 때 일정 요건이 충족되면 현금 대신 법이 규정한 자산으로 세액을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 물납은 부동산과 유가증권에 한해 인정하고 있는데, 지난 5월 간송미술문화재단이 보물 2점을 경매에 내놓은 것을 계기로 문화계 안팎에서 문화재·미술품 물납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 10월 7일 발표한 입법·정책보고서에서 상속세 미술품 물납제도 도입을 위해 관련 정책과 법령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면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탔고,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문화재와 예술품으로 상속세를 대신 납부하도록 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인 김흥수 ‘성에 눈뜬 소년’. 김흥수 화백이 작품반환소송을 진행하다 타계해 이를 이어받은 아들이 승소했으나 110억원어치 작품의 상속세 48억원 때문에 유작은 다시금 흩어질 위기에 처했다. /서울경제DB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정준모 미술비평가는 “영국은 이미 120여 년 전에 자국 문화재·미술품의 해외반출을 막고자 상속세 물납이 가능하게 법을 제정했고, 1968년 대물변제 제도를 도입한 프랑스는 상속세뿐 아니라 증여세·부유세도 물납이 가능한 데다 미술품을 기증하면 기부금으로 간주해 세액공제를 해주는 제도를 운영한다”며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세금은 없어지지만 물납은 영원히 남는 데다, 가치 상승으로 국부 창출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제도를 도입하려면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김소영 회계사는 “물납 대상 미술품의 범위와 가치평가에서 논란이 발생할 수 있고, 생존 작가 작품의 허용 여부, 상속세 납세를 유족으로 한정할지, 일반 소장가일 경우 보유 기간을 어느 정도로 할지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술품 가치의 과대평가 가능성이 있고 물납 후 사후 관리 비용도 국가 부담인 점을 고려하면 수납가액을 80%~90%로 적용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정 큐레이터는 “상속세 납부 시 가격 산정을 위해 2인 이상 감정인의 감정가 평균액, 또는 국세청장이 위촉한 3인 이상의 전문가로 구성된 ‘감정평가심의회’에서 감정한 액수를 택하는 방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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