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 3조 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인 종합 금융 투자 사업자(이하 종투사)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에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신용공여보다 안전하고 수익이 높은 투자자 신용공여를 선호하는 경향도 이어졌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006800)·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016360) 등 8개 종투사의 올해 6월 말 기준 기업 신용공여 금액 14조 2,706억 원 중 특수목적법인(SPC) 및 부동산을 제외한 순수 중소기업 신용공여는 2% 수준인 2,809억 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채무 보증 및 부동산 개발 법인에 대한 운영자금 대출 등 부동산 관련 신용공여 금액은 5조 9,858억 원으로 전체 기업 신용공여의 41.9%를 차지했다.
충분한 자본력을 갖춘 증권사가 기업금융 시장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하도록 지난 2013년 10월 종투사 제도가 도입된 후 기업 신용공여 총액은 2013년 말 3,865억 원에서 6년 동안 37배 급증했다. 부동산 관련 신용공여 증가가 이러한 기업 신용공여 총액 증가를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자·헤지펀드·기업에 대한 신용공여인 전체 신용공여 금액은 35조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투자자에 대한 신용공여는 20조 5,000억 원 규모로 기업 신용공여 및 2,000억원에 그친 헤지펀드에 대한 신용공여를 뛰어넘는다. 지난해 2월 말 기준 전체 신용공여 금액 29조 1,555억 원 중에서도 투자자 신용공여가 18조 8,922억 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대표적인 투자자에 대한 신용공여에 해당하는 신용거래 대주, 융자 및 예탁증권 담보 융자는 시중금리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율이 적용되며 반대매매 등을 통해 신용 위험에 따른 증권사의 손실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금감원은 “종투사의 중소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자금 공급이 미미했고 모험 자본 공급 등 적극적으로 위험을 인수하는 투자은행 본연의 역할 수행도 다소 미흡하다”며 “신용공여 확대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부여 받은 만큼 이에 상응하는 역할을 수행하지 않을 경우 이를 제한할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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