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1일 KCGI(강성부펀드)의 한진칼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2년 넘게 이어져온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일단 마침표를 찍게 됐다.
산업은행이 2일 예정대로 5,000억 원 규모의 한진칼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할 경우 산은이 한진칼 지분 10.7%를 확보하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 우호 지분(36.7%)에 가세해 과반에 가까운 의결권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조 회장 측과 대립각을 세워왔던 KCGI 3자 연합의 지분율은 이번 유상증자 이후 40.4%로 감소해 ‘조원태+산은’ 지분과의 격차가 7%포인트가량 벌어지게 된다. 시장에 풀린 한진칼 주식의 유통 물량이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격차를 KCGI 측이 자력으로 역전하기는 어렵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사모펀드(PEF)는 투자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출자자들에게 원금과 수익을 되돌려줘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경영권 없는 지분을 되사줄 투자자를 찾기 어려운 탓이다. 펀드마다 성격이 다르기는 하지만 국내 PEF들은 통상 최초 투자 이후 2년째가 되는 해부터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나서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본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KCGI는 국민연금 같은 기관 대신 일반 기업이나 자산가들을 출자자(LP)들로 받아들여 펀드를 구성했다”며 “LP와의 신뢰가 두텁다고 해도 펀드 해산을 무한정 미루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KCGI 측이 장기적으로 역전에 성공할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장 KCGI는 한진칼 에 임시 주총 소집을 요구해 이사회 진입을 시도할 계획이다. 이번 산은의 유상증자 결정에 대해 특혜 논란이 일었던 만큼 주총 자체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KCGI 측은 이사회 멤버를 확보하는 대로 아시아나항공 인수 실사 과정 등에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 멤버로서 경영에 참여하면서 산은을 우군(友軍)으로 확보하는 전략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동걸 산은 회장은 “한진칼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하는 독립 기구를 구성해 조 회장에게만 유리한 결정을 내리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KCGI는 이와 별도로 조 회장 측 우호 세력인 미국 델타항공(산은 유증 후 13.31%)에 대해서도 물밑 접촉을 지속적으로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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