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경기요? 제가 30년간 레미콘 사업을 했는데 올해처럼 힘든 적이 없었던 거 같아요. 문제는 공사 현장의 부익부 빈익빈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70여 회원사를 두고 있는 서울경인레미콘공업협동조합의 김영석(사진) 이사장은 1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답답한 마음부터 토로했다. 그는 “서울과 수도권에 모두 공장을 갖춘 대형사와 수도권 외곽에만 공장을 보유한 소형업체 간에 체감 경기 온도 차가 극명하다”며 “특히 특정 지역에만 공사가 몰리면서 한정된 공사를 두고 레미콘 업체 간 출혈 경쟁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경기 지역 모두를 커버 가능하거나 레미콘·시멘트·골재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갖춘 몇몇 대형사 말고는 생존 자체가 어렵다는 게 김 이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연 매출 100억원 이상을 올리는 수도권 업체 가운데 공장 주인이 바뀌거나 아예 공장 가동이 멈춘 곳도 나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레미콘업체 입장에서 지입 차주의 ‘선별적’ 운송도 문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김 이사장은 “독립 사업자인 레미콘 운송업자들이 교통체증과 회전율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서울 공사 현장은 기피하는 경향이 많다”며 “그러다 보니 건설사들이 ‘서울에 레미콘을 공급해줘야 경기 외곽 물량을 줄 수 있다’고 레미콘 업체에 조건을 거는 상황이라 모든 지역을 커버할 수 있는 대형사로 물량이 몰려 경기권에만 공장이 있는 레미콘 업체들은 어려움이 크다”고 털어놨다.
레미콘 운송 문제는 생태계를 해칠 만큼 고질병이 되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김 이사장은 “이익단체인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전운연)이 운송비 급상승의 든든한 뒷배 역할을 하면서 수년 전만 해도 레미콘을 팔면 운송 비용이 10% 비중이었는데, 이제는 20%에 이른다”고 답답해했다. 그는 이어 “내년부터 운송업자들은 토요일 근무도 아예 없다”며 “이미 격주로 토요일을 쉬고 있고 평일은 ‘8·5제 실시’(오전 8시~오후 5시 근무)로 적기 레미콘 출하가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토요일은 완전히 공을 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레미콘 산업의 생태계 회복을 위해서라도 운송 문제 해결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정부 산하 ‘건설기계 수급조절위원회’에서 레미콘 차량의 신규 진입을 11년째 동결시킨 것이 실타래를 더 꼬이게 만들었다”며 “내년에는 전향적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레미콘의 주원료인 시멘트 가격 인상 임박과 관련해서는 “작년에 시멘트 가격을 올렸는데 또 올리려고 한다”며 “건설, 레미콘, 시멘트는 서로 협조하고 상생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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