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003490)이 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한 물밑 작업에 한창이다. 이날 법원이 사모펀드(PEF) KCGI가 제기한 한진칼(180640)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자금 조달 일정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근 중·대형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출자확약서(LOC)를 발송하고 미청약 물량이 발생했을 때 얼마만큼 인수할 수 있는지 확인을 요청했다. 사실상 대표주관사 선정 전 단계다.
앞서 지난달 16일 산업은행과 한진칼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및 통합 추진안을 발표하면서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8,000억원 자금을 투입해 대한항공에 대여 △대한항공을 통해 주주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2조5,000억원 확보 등 자금조달 계획을 밝혔다. 한진칼이 지분 비율에 따라 약 7,000억원어치를 인수하고 우리사주조합 등 내부 물량을 제외하면 약 1조5,000억원 정도의 물량이 구주주와 일반 청약 대상으로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이 진행하는 이번 유상증자는 이제껏 국내 기업이 진행한 증자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회사는 실권주가 대거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최대한 많은 증권사들을 주관사로 선정할 예정이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말 중·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유상증자 주관 의사를 타진했다”며 “5~10곳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해 딜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날 법원이 기각 판결을 내리면서 대한항공의 자금 조달 일정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증자대금 납입일이 내년 3월로 예정돼있는 만큼 2월 중 청약 일정을 완료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 초 예정된 이사회까지 한 달 여 기간이 남은 만큼 대표주관사단을 꾸리는 것이 급선무다.
시장에서는 항공사의 펀더멘털이 크게 훼손됐음에도 불구하고 무난히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생산 소식이 잇따르면서 항공산업 복구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종합항공사(FSC) 두 곳이 합쳐지면서 회사의 사업경쟁력과 영업수익성이 장기적으로 강화될 것이란 전망도 긍정적이다. 또다른 IB업계의 관계자는 “항공업이 최악의 시기를 지냈다는 분석과 내년 증시도 활황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만큼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민경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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