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투자를 저해하는 규제를 획기적으로 혁파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경제단체장들은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기업 규제 법안부터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경제계에서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법안의 문제를 호소해도 ‘기업들 잘못이 좀 있으니 감수하라’는 식의 논리로 당국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을지 걱정이 많다”고 토로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2021년 경제정책 방향’ 수립을 위한 경제단체장 간담회를 열고 기업이 바라보는 현 경제 상황과 내년 전망 등을 청취했다. 홍 부총리는 먼저 “전대미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위기 속에서 기업이 고용을 유지하려는 피눈물 나는 노력으로 고용 충격을 조금이라도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올해 민간 기업이 계획한 25조 원의 투자 목표는 28조 원으로 초과 달성했다”고 감사를 표했다.
홍 부총리는 “현재 경제 회복, 활력 복원과 선도형 경제로의 대전환이라는 두 개의 큰 틀 아래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특히 기업 부담을 줄이고 기업 활력을 되찾는 방안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미래차, 바이오, 시스템 반도체 등 ‘빅3’ 산업의 체감적 성장 동력화와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 ‘2050 탄소 중립 실현’ 등 친환경·저탄소 경제 전환 과정 등 여섯 가지 현안을 설명하며 “민간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재정 세제상 인센티브, 투자 저해 규제의 획기적 혁파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다양한 주택 공급 확대 정책과 병행해 국민과 민간의 참여 폭을 크게 넓힌 공모 리츠, 부동산 펀드를 활용한 건설 임대주택 공급도 활성화하겠다”며 “기업의 안정적 경영을 위한 금융·외환시장의 급변동 완화 등 우리 경제 리스크 관리도 중요한 문제”라고 봤다.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경제단체장들은 현재 있는 규제부터 해소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 회장은 이 자리에서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의 효과성을 높여야 한다”며 “비우량 회사들의 경우 자금 수요는 높은 반면 유동성 조치 활용에 허들이 있었던 만큼 제도 보완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이어 “미래 지향적인 기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낡은 법과 제도들을 정비해야 한다”면서 “한국판 뉴딜 관련 입법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뉴딜 입법으로 해결되지 않는 사업 모델이 많고 관련 법안이 발의조차 되지 못한 경우도 상당하다”고 꼬집었다.
박 회장은 또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 등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여러 법안들이 갑작스럽게 추진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며 “입법 필요성만으로 결론부터 내리기보다 더 나은 대안은 없을지 깊이 있는 연구와 논의가 선행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세종=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