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008770)의 신용도가 한 단계 떨어졌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수요 위축이 장기화되고 있는 탓이다. 높은 인천국제공항 임차료 부담과 고객유치비용 등 영향으로 영업적자 폭도 늘어나고 있다. 호텔신라의 3·4분기 연결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44% 감소했으며 영업적자는 1,501억원에 달했다.
한국신용평가는 호텔신라의 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A-’로 한 단계 내린다고 4일 밝혔다. 지난 4월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한지 8개월 만이다. 코로나19 여파가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실적 회복 시점이 요원한만큼 기존의 수익성 회복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신평은 지난달 24일에도 호텔롯데의 신용등급을 똑같이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올해 영업실적이 크게 부진한 영향이 컸다. 호텔신라의 3·4분기 누적 연결 매출액은 2조3,4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했다. 3·4분기 들어 중국 대리구매상인 매출과 국내 여행수요 증가에 힘입어 외형 회복세를 나타내기 시작했으나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3~8월 50% 할인 혜택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인천국제공항 임차료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중국 대리구매상인 비중이 높아지면서 일반 관광객 대비 할인, 포인트·수수료 지급 등 고객유치비용까지 늘어났다. 한신평은 “면세점부문의 비용 상승에 더해 외래 방문객 감소, 내국인의 다중시설 이용 기피 등으로 호텔·생활레저 역시 적자를 기록하면서 영업적자가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회사의 재무지표도 크게 악화됐다. 호텔신라의 총차입금은 지난해 말 1조5,615억원에서 올해 3·4분기 1조7,755억원으로 증가했다. 현금흐름이 악화된 가운데 3식스티(Sixty) 지분 인수(848억원), 인천국제공항 T1점 보증금 유동화 SPC 상환(1,300억원) 등 영향이 컸다.
차입부담이 증가하고 대규모 세전 손실을 기록하면서 부채비율도 282.6%에서 343.8%로 상승했다. 회사의 차입 의존도를 보여주는 총차입금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지난해 말 3배에서 올해 3·4분기 31.1배로 크게 늘었다. 한신평은 “당분간 코로나19로 인한 비우호적인 영업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저하된 재무안정성을 회복하려면 다소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김민경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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