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수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도 주요국 대비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특히 올 하반기 이후 수출이 반등하면서 3·4분기 경제 회복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수출의 주요 성과로는 친환경차, 바이오·헬스 등 신성장 품목의 수출이 크게 증가하며 새로운 수출동력으로 자리잡은 것을 들 수 있다. 반도체 수출은 견조한 증가세를 이어가며 우리 수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수행했다. 또 코로나19 이후 변화하는 생활 방식과 소비 패턴에 발맞춰 비대면, 홈코노미, 의료·위생 관련 품목의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7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우리 수출은 전년 대비 6.4% 감소한 5,077억달러, 수입은 7.6% 감소한 4,65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2·4분기 수출은 코로나19로 인해 전년 동기 대비 20.3% 감소했으나 3·4분기부터 회복세에 진입하면서 연말까지 4년 연속 수출 5,000억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적으로 상품 교역이 크게 위축된 가운데 우리 수출은 독일, 일본, 미국 등 주요국에 비해 감소 폭이 작았다. 올 들어 8월까지 실적을 기준으로 중계무역국인 홍콩과 네덜란드를 제외하면 우리 수출은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양호한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차세대 반도체, 바이오·헬스, 친환경차 등 신성장 산업의 수출 선전에 힘입어 8대 신산업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올 들어 10월까지 바이오·헬스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5.7% 증가하며 처음으로 수출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친환경차와 차세대 반도체 수출도 각각 23.7%, 12.1% 늘었다. 바이오·헬스는 코로나19 확산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전기차는 유럽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반도체의 견조한 수출 증가세도 이어졌다. 코로나19의 영향이 본격화된 4월 이후에도 반도체 수출은 3.1% 증가하면서 우리 수출의 버팀목 역할을 수행했다. 메모리반도체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생활 방식의 확산에 따라 데이터 트래픽이 급증하면서 서버용 수요가 증가했고 3·4분기 이후 모바일용 수요가 회복되면서 수출이 증가세로 전환했다. 올 3·4분기와 10월 메모리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3%, 9%를 기록했다. 시스템반도체도 1~10월 수출이 13.1%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소비 패턴과 생활 방식이 변화하면서 비대면 산업, 홈코노미 관련 제품 수출도 급증했다.
비대면 생활 방식의 영향으로 데이터의 이동 및 저장 수요, 온라인 콘텐츠 소비가 급증하면서 올해 1~10월 컴퓨터 수출이 70.9% 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안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화장품(14.6%), 농수산식품(3.3%), 냉장고(16.3%) 등 홈코노미 관련 제품 수출도 호조를 보였다.
세계의 모범이 되는 방역 성과를 앞세워 의약품, 진단키트, 마스크 등 방역 관련 제품 수출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1~10월 진단키트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7배 이상 증가한 15억7,000만달러를 기록하며 K-방역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수요 위축에도 불구하고 주요국 수입 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의 점유율은 전반적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우리 수출이 다른 경쟁국 대비 선전하면서 미국(0.12%포인트), 일본(0.11%포인트), 대만(0.5%포인트), 독일(0.05%포인트) 등 중국을 제외한 주요국 수입 시장에서 점유율이 확대됐다. 미국 수입 시장에서 중국, 멕시코, 캐나다 등 주요 경쟁국의 점유율이 일제히 감소한 가운데 우리나라는 컴퓨터, 반도체, 바이오·헬스 등 첨단 제품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올해 1~9월 대미 컴퓨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0%나 증가했다.
주요 소재·부품의 대일 의존도도 개선됐다.
일본이 수출 규제에 나선 3개 품목의 대일 수입 의존도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하면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의 탈일본화 및 수입선 다변화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을 증명했다.
대일 수입 의존도가 가장 높았던 포토레지스트는 벨기에로 일부 수입선을 전환하면서 전체 수입에서 벨기에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1~10월 3.1%에서 올해 1~10월 7.3%로 두 배 이상 높아졌다.
불화수소는 대일 수입 의존도가 22.1%포인트 큰 폭으로 하락해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다. 국내 연구개발을 통한 소재 국산화가 진행되고 있어서다.
일본에서 수입하는 상위 100대 품목 중 대일 수입 의존도가 개선된 품목은 68개에 달했다. 특히 반도체 제조용 장비, 플라스틱, 기초 유분, 자동차 부품 등 주요 소재 및 부품 분야에서 대일 수입 의존도가 줄어들었다.
/이재용기자 jyle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