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 전환만이 답이라는 분위기로 몰고 가다가 자동차 부품 업체가 단 10곳만 사라진다고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올스톱’입니다.”
오원석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이사장은 9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정부 여당이 밀어붙이는 급격한 친환경차 전환 정책을 우려하며 이같이 말했다.
오 이사장은 “정부 측과 친환경차 정책에 대해 논의하다가 다른 의견을 여러 번 언급했다”며 “정부는 자꾸 업종 전환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그것은 우리 엔진·파워트레인 업체의 사기를 꺾는 무책임한 말”이라고 했다. 내연기관 부품을 만드는 업체들에 갑자기 친환경차로의 업종 전환을 촉구하는 것은 사실상 폐업하라는 강요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는 “부품 한 개라도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전체 공정이 중단되는 게 자동차 산업의 특성”이라며 “정부 정책에 좌절한 부품 업체 중 몇 곳이라도 사업을 정리하면 우리 자동차 업계가 60년간 쌓은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친환경차 전환의 속도 조절과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면서 “업종 전환이 아니라 업종 다변화로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이사장은 “연간 9,000만 대 수준인 세계 자동차 판매량은 20년 뒤인 2040년에는 북아프리카·인도 등 신흥국의 성장으로 2억 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 중 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해 엔진과 변속기를 단 차량의 비중이 최소 70%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설명했다.
오 이사장은 급격한 친환경차 전환이 중국의 자원 속국으로 전락하는 패착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배터리(리튬·코발트), 모터(희토류) 등 전기차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의 원료 대부분이 중국에 집중돼 있어 중국이 이들 원료의 공급을 중단하거나 가격을 올리는 등 무기로 활용하면 속수무책이라는 것이다.
오 이사장은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중소기업에 적용되는 주 52시간제 계도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주 52시간을 맞추려면 인력을 늘려야 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 수급이 불가능해 자칫 부품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난 2002년 설립된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은 부품 업체들의 기술 지도, 공정 개선, 스마트공장 전환 지원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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