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지난 3·4분기 말 기준 보유 자산 785조 4,000억 원 중 260조 원 이상을 해외에서 운용하며 올 들어 이미 31조 원의 수익을 올렸다.
국민연금 핵심 관계자는 9일 “3·4분기까지 해외 주식과 채권, 대체 투자 수익률이 호조를 보여 총수익이 398조 원에 이른다”며 “국내는 물론 미국 증시 등이 최근 최고치를 달려 총 누적 수익이 올해 400조 원을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988년 설립된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그간 615조 원을 납부했고 지급된 보험료가 219조 원에 달한다. 올해 누적 수익 400조 원을 돌파할 경우 기금 규모는 800조 원 안팎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 쇼크로 올 1·4분기 수익률이 -6%까지 떨어졌던 국민연금은 국내외 주식 및 채권, 대체 투자를 꾸준히 이어가며 관리를 강화해 올 3·4분기 말 약 31조 원(수익률 4.2%)의 이익을 낸 것으로 집계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코로나19로 해외 출장 및 투자 탐방이 막혔지만 캐나다나 네덜란드의 세계적 연기금과 파트너십을 강화하며 해외 투자를 전체 자산의 3분의 1 이상으로 늘려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 것이 수익 증대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고정적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해외 항만·물류 창고 등 부동산과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을 발굴하는 대체 투자가 큰 폭으로 증가해 코로나19 위기에도 투자 안정성을 높였다. 국민연금의 해외 대체 투자는 2015년 말 32조 원에서 최근 70조 원가량으로 5년 만에 2배 넘게 성장했다.
국민연금의 해외 대체 투자가 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영토 확장도 가속화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세계 3대 사모펀드(PEF)인 블랙스톤과 칼라일·KKR을 부동산·인프라, 사모 투자 분야의 위탁 운용사로 두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큰손이 됐다.
올 6월 국민연금은 세계 최대 보험사 중 하나인 알리안츠와 2조 8,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50 대 50으로 결성해 도쿄의 한 빌딩을 사들였고 이달 초에는 미 스톡브리지캐피털과 20억 달러 규모의 미국 내 물류 센터를 인수했다. 모건스탠리의 한 관계자는 “골드만삭스·블랙록 등 미국 최고 금융회사들도 국민연금을 ‘갑 중의 갑’으로 대우할 만큼 월가에서 NPS의 위상은 엄청나다”고 말했다.
한때 운용역들의 잇따른 이탈과 1년 넘는 기금 운용 수장의 공석으로 흔들렸던 국민연금이 세계 금융시장의 ‘빅샷’으로 위치를 공고히 한 것은 내부 출신으로 민간에서 잔뼈가 굵은 안효준 기금운용본부장(CIO)의 전문성과 존재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국민연금 주식운용실장을 지낸 후 BNK투자증권 대표를 거쳐 2018년 10월 취임한 안 본부장은 지난해 기금본부 설립 이후 최고인 11.3%의 수익률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까지 2년간 100조 원을 훌쩍 넘는 운용 성과를 올렸다. 정부는 최근 안 CIO의 임기를 내년 10월까지 1년 연장하면서 그가 오는 2024년 기금 1,000조 원 돌파와 전체 자산의 50% 이상을 해외 투자로 분산하는 데 주춧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손철기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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