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경유차에 대한 산성비의 원인물질인 질소산화물(NOx) 정밀검사가 의무화되면서 내년 1월 대상 차량이 4만여 대에 달할 예정이지만 상당수 민간 정비업체들이 이를 측정할 장비를 구매하지 못해 검사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측정장비가 고가인데다 정비업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정비 수요가 급감한 탓에 구매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검사를 제때 받지 못하면 운행 차질도 불가피해 최악의 경우 ‘생계형 트럭’의 무더기 운행 중단 사태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자동차 정비업계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자동차 종합검사 때 2018년 이후 생산된 중·소형 경유차 가운데 등록지가 수도권이면 질소산화물 검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경유를 쓰는 승용차와 10톤 이하 화물차 등이 대상이다.
검사 대상 차량은 내년 4만 2,083대에서 2022년 18만 4,788대 등으로 매년 급증할 전망이다. 2023년에는 32만 7,991대, 2025년에는 76 만9,530대에 달한다. 제도 시행 4년 만에 검사 대상 차량이 18배나 불어나는 셈이다. 대상 차량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다 보니 정부 산하기관인 한국교통안전공단 검사소로는 역부족이다. 공단 검사소는 수도권에 19곳뿐인데다 1곳당 하루 평균 150여 대만 검사가 가능하고, 예약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병목현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수도권 민간 정비업체(지정정비사업자) 474곳에 측정장비를 서둘러 구매하라고 독려하고 있지만 진척이 별로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비 가격이 1,500만 원으로 영세한 민간 정비업체로선 부담인 데다, 코로나19로 정비수요가 줄어들면서 매출 타격을 입어 구매를 꺼리고 있어서다. 더구나 검사비용이 무료라서 정비업체가 굳이 고가장비를 들여 놓을 이유가 없다. 자동차정비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코로나 19로 차량 이동이 줄어든 탓에 사고나 정비 수요가 급감해 인건비 내기도 벅찰 정도”라며 “800만 원 하던 장비가 내년 시행을 앞두고 가격이 2배나 올라 (구매할) 여력이 더 없어졌다”고 말했다.
질소산화물 검사장비를 한번 구매하고 나면 매년 소모품 비용으로 100만~200만 원 이상 들어가는 것도 민간 정비업체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업체들이 측정장비를 제때 구매하지 못하면 수도권 검사 병목 현상이 심해져 검사 대란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환경부는 민간업체에 장비 구입을 위한 예산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공단 19개 검사소를 활용해 내년 검사물량을 최대한 소화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현재로서는 (민간업체에 대한 장비 구매 지원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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