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양극화를 감안해 건물이나 수송 분야의 탄소 저감 목표 설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2050년 탄소 중립(넷 제로) 전략을 발표한 지 약 일주일 만에 경제 부처에서 취약 계층의 부담을 고려해 속도 조절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김 차관은 지난 12일 늦은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코로나19와 탄소 중립, 그리고 양극화’라는 제목의 글에서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모든 분야에서 매우 강력한 탄소 저감 노력이 필요하고, 탄소 배출 가격이 오르면 장기적으로 건물 난방비와 전기료가 상승하고 자동차 유류세도 비싸진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김 차관이 탄소 중립에 대해 의견을 밝힌 다음날인 13일 문재인 대통령은 기후 목표 정상 회의 연설에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조속히 상향해 제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탄소 배출 비중은 발전과 산업이 각각 35%, 건물과 수송이 나머지 30%를 차지한다. 탄소 배출량을 억제하려면 에너지세제 합리화를 통한 경유세 인상 및 탄소세 부과, 전기요금 인상 등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결국 코로나19로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화물·운송업자, 자영업자 등 서민 경제를 짓누를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사태 후 임시 일용직은 더 어려워지고 디지털·비대면 업종이나 자산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는 ‘K자형’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분야별 시나리오를 마련한 뒤 하반기에 발전·산업·건물·수송 등의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산업계에서는 건물·수송뿐 아니라 타 분야 탄소 중립도 성급하게 추진할 경우 우리의 산업구조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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