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4분기 소비자가전(CE) 부문에서 ‘역대급’ 실적을 올린 삼성전자가 최근 생활가전 상표권을 잇따라 출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1’를 한 달 가량 앞두고 내년 공개될 신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한국특허청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사이 삼성전자가 출시한 생활가전 관련 상표권은 10건이 넘는다. 지난 8월과 9월 각각 5건 내외의 상표권이 출원된 것과 비교하면 크게 증가했다. 진공청소기부터 공기청정기·세탁기·냉장고 등 지정된 상품군도 다양하다.
이중 특히 눈에 띄는 상표권은 삼성전자가 이달 출원한 ‘비스포크큐브 에어(BESPOKE 큐브 Air)’다. 해당 상표는 공기청정기·공기정화기 등으로 지정됐다. 업계에서는 ‘비스포크큐브 에어’가 삼성전자가 지난 1월 공개한 프리미엄 공기청정기 ‘무풍큐브’를 라이프스타일 맞춤형 가전인 비스포크에 맞춰 업그레이드한 제품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비스포크 브랜드에 대한 호평을 바탕으로 냉장고에서 식기세척기·전기오븐 등으로 라인업을 확대해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스포크큐브 에어도 실제 제품 출시로 이어질지 기대를 모으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생활가전 상표권을 대거 출원한 것은 두고 내년 CES를 시작으로 공개될 상반기 신제품을 염두에 뒀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업체들은 매년 CES에서 그해 전략 신제품과 기술을 공개해왔다. 삼성은 올해 1월 진행된 CES 2020에선 큐브 냉장고·게이밍 모니터 ‘오디세이’ 신모델·신발관리기 등을 선보인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전제품의 신모델이 연초 CES를 기반으로 공개되는 경우가 많고, 이르면 그 해 2~3월에도 출시가 된다”며 “최근 상표권을 잇따라 출원한 것은 이 같은 시기가 요인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상 최초 온라인 개최를 준비하는 CES 2021은 내년 1월 11일부터 14일까지의 공식 일정을 발표한 상태로,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참가를 확정했다. 삼성은 최근 전 세계 미디어에 CES 2021 초청장을 보내며 “코로나19가 언택트(비대면) 시대로의 전환 등 이른바 ‘뉴노멀’을 가져왔으나 이를 ‘좀 더 나은 노멀’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회사의 기술·혁신을 담겠다는 의지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출원된 상표권 중 얼마나 많은 제품이 실제 제품 출시로 이어질지는 단정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자업체 관계자는 “많은 기업이 구체적인 생산 계획이 없더라도 상표를 선점하는 차원에서 출원하는 경우도 많다”고 언급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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