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술을 국산화할 자신이 있었지만, 자금난 탓에 폐업하려고 했습니다. 우연히 TV에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최태원 SK 회장과 만나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이야기한 장면을 보고,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박 장관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최근 소부장 스타트업 시상식인 ‘K-스타트업 2020 왕중왕전’에서 대통령상(대상)을 받은 홍성호(사진) 플라스탈 대표는 15일 서울경제와 인터뷰에서 “1년 전만하더라도 폐업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LG전자에서 10여년간 함께 한 직원 4명이 호기롭게 출발한 회사는 창업 2년이 지나도 자금난이 개선될 기미가 안보였다. 일본의 플라스틱과 메탈의 방수접합 처리기술을 국산화할 수 있는 기술이 있었지만, ‘함께 해보자’고 손을 내미는 곳이 없었다. 이 기술은 플라스틱과 접합 대기상태를 만든 후 특수사출을 통해 금속과 플라스틱을 볼트 등 매개체 없이 붙인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제품의 설계가 편해지고 공정도 단순화되고 원가도 준다. 스마트폰부터 자동차까지 다양한 산업에서 적용될 수 있는 기술이다.
작년 9월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국산화 드라이브를 걸 무렵, 홍 대표가 우연히 본 TV 장면은 ‘파트너’를 찾지 못해 좌절했던 그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국산화를 지원해야 한다는 박 장관의 의지를 본 홍 대표는 인터넷을 검색해 박 장관 메일주소를 찾았다. 기술은 있는데, 중소기업이어서 지원을 받기 어렵다는 답답함을 박 장관에게 푸념처럼 전달했다.
일주일 뒤, 중기부 기술개발과 한 사무관으로부터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답장을 받았다. 박 장관이 메일을 보고 플라스탈을 지원할 사무관을 지정한 것이다. 이 사무관은 이후에도 홍 대표와 종종 통화하면서 소부장 기업을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을 안내했다. 그는 “기업이 문의하고 안내하는 일은 일상적인 업무지만, 홍 대표는 제안한 사업 준비를 잘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플라스탈의 기술은 멍석을 깔자, 바로 두각을 보였다. 플라스탈은 34대 1일 경쟁률을 뚫고 올해 ‘소부장 스타트업 100’기업에 선정됐고 ‘K-스타트업 2020’에서 대상을 받았다. 고대하던 삼성벤처투자 등 여러 민간투자를 유치했고, 수소차 부품사업을 확장하는 동양피스톨과 납품계약을 앞두고 있다. 홍 대표는 “돌이켜보면, 메일 한 통으로 모든 게 바뀐 것 같다”며 “우리의 절박함을 지나치지 않고 도와준 중기부와 장관이 고맙다”고 말했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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