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설정한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치를 충족한 것은 산업 부문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 부문은 목표치보다 1.7% 적은 온실가스를 배출했으나 정작 공공 부문은 배출량 목표치를 11.8% 초과했다. 정부가 ‘2050년 탄소 중립’에 속도를 내면서 이미 한계에 달한 기업들의 팔 비틀기만 계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14일 녹색성장위원회에 보고한 2018~2019년 ‘온실가스 감축 이행 실적 평가’에 따르면 국가 총배출량은 로드맵 목표(2018~2020년 평균) 6억 9,090만 톤보다 3.5% 많은 7억 1,520만 톤을 기록했다. 산업을 제외한 전 부문이 목표 배출량을 초과했다. 지난 2년간 산업 부문의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은 목표치보다 1.7% 적었다. 반면 같은 기간 전환(전력·열) 부문은 목표치 대비 6.7%, 수송 부문은 7.3%, 건물 부문은 5.0%, 농축산 부문은 6.4%의 온실가스를 초과 배출했다.
특히 공공 부문은 지난 2년간 목표치보다 11.8%나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제2차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 수립 당시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관리제 대상을 학교·사법기관 등으로 확대하고 성과 평가 연계와 인센티브 지원 병행을 통해 감축 동기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폐기물 부문의 배출량은 12.7%로 목표치 대비 초과율이 가장 높았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제2차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을 수립하며 이 평가를 중점 과제로 추진해 왔다. 다만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관계자는 “로드맵은 2018~2020년 평균에 대한 목표치를 설정한 것”이라며 “내년에 2020년도 배출량이 반영돼야 목표 달성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업들만 정부가 설정한 목표를 준수하는 상황에 정부는 ‘2050 탄소 중립 추진 전략안’을 발표하며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탄소세 신설과 환경 부담금 확대 등 에너지세제 개편을 검토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탄소세는 이산화탄소를 많이 내뿜는 각종 화석연료 사용량에 따라 부과하는 에너지 세금이다. 정부 예산이 탄소 감축에 미치는 효과를 평가하고 예산 편성·집행에 반영하는 탄소인지예산제도 또한 예고했다. 철강·석유화학·정유 등 탄소 배출이 많은 기업은 정부 예산과 지원 사업에서 홀대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오는 2050년까지 철강·시멘트·석유화학 3개 업종에서만 최소 400조 원의 탄소 중립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정책팀장은 “이번에는 목표치를 충족했다고 하지만 국내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량은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며 “추가 감축이 무리인데 최근 정부의 탄소 중립 추진으로 부담은 늘어나고 있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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