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코스피 지수 논쟁이 국내 주요 증권사가 밀집한 ‘동여의도’에서 국회가 위치한 ‘서여의도’로 옮겨 붙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일 ‘코스피 3,000 시대’ 개막에 대한 희망적 전망을 언급한 것을 두고 국민의 힘이 “전혀 상황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무책임한 발언은 결국 한국 주식시장의 미래와 동학 개미의 마음을 짓밟는 결과가 된다”며 야당의 지적을 맞받아 쳤다.
15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현실 인식을 제대로나 하고 계시는지, 누가 이런 대통령 말씀자료를 써주고 체크 없이 읽는지 걱정이 태산 같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주가 3,000 시대에 대한 희망적 전망이 나온다고 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불안이 없어지며, 떨어질대로 떨어진 경제 상황이 회복된다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한다고 국민들이 느낄 것”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이혜훈 전 의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이런 발언을 하게 만든 참모들을 모조리 경질하라”고 촉구했다. 이 전 의원은 “현재 주가 상승은 수출실적을 감안해도 27% 정도, 넘쳐나는 유동성을 감안해도 15% 정도 과대평가됐다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라며 “실물에 비해 지나치게 부풀려진 거품 주가로 리스크가 상당해 정부가 단단히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유승민 전 의원 역시 “지금의 주가 상승은 ‘시중에 풀린 돈이 몰려서 올라간 ’머니게임’의 측면이 크다”라며 “거시경제가 좋다는 식으로 ‘정신승리’할 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여당에서는 국내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여전히 저평가 구간에 머문다면서 코스피 3,000 돌파가 실현 가능하다는 반박도 나왔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SNS에서 “내년 코스피 3,000 돌파는 자본시장과 금융권 종사자들에게 신빙성 있는 전망”이라며 “한국 경제 희망의 불꽃을 당리당략을 위한 정치 메시지로 꺼뜨리지 말라”고 꼬집었다. 이어 주 원내대표와 전 의원을 거명하며 “오직 문 대통령을 비판하기 위해 한국 경제 희망의 불씨를 꺼트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1월부터 이날까지 두 달이 채 안되는 기간 동안 코스피가 500포인트 급등해 2,800에 다다르면서 증권업계에서는 내년 코스피가 3,000선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카카오페이증권, 한화투자증권, 현대차증권, 흥국증권등이 내년 코스피 상단을 3,000선 이상으로 제시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증시를 이끌어온 유동성·정책 동력이 유효한 상황에서 내년에는 경기·펀더멘털 모멘텀이 가세하는 장세가 될 것”이라며 “글로벌 증시가 본격적인 2차 상승세를 전개해나갈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한국 증시는 그중에서도 차별적인 성장성을 보이며 재평가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한국 증시의 이익 증가율은 2020년 28.18%, 2021년 44.31%에 달할 것으로 관측돼 2년 연속 글로벌 최상위권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특히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한 2022년 이익 모멘텀은 114.5%에 달할 것으로 보여 글로벌 증시(22.1%)를 크게 앞설 것으로 관측된다”고 덧붙였다.
/이승배기자 b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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