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분리막 제조사인 더블유씨피가 상장을 앞두고 평균 1조 5,000억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증권가에서는 더블유씨피에 앞서 상장한 2차전지 관련 기업이 조 원 단위 몸값을 기록하면서 또 하나의 숨은 대어로 주목하고 있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더블유씨피는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해 제안서 제출을 받고 이달 말 주관사 후보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경쟁에 뛰어든 증권사들은 더블유씨피의 기업 가치를 1조~2조 원가량으로 추산해 써낼 계획으로 알려졌다.
더블유씨피는 지난 2005년 삼성전자 출신 최원근 대표가 동료들과 설립했다. 창업 당시에는 국내 대기업도 실패했던 리튬 이온 전지 분리막 개발 생산에 도전하면서 국내 투자 업계에서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최 대표는 투자 유치와 기술이전이 가능한 일본에서 기업을 일으키고 외국인 투자 방식으로 한국에 제조 공장을 세워 비용을 절감했다. 일본 미쓰비시UFJ캐피털 등은 10억 원을 투자했고 2011년 일본에 있는 모회사는 도쿄 증시에 상장됐다.
더블유씨피는 국내외 대기업보다 분리막 사업에 늦게 뛰어들었지만 기존보다 생산성을 세 배 높이기 위해 원재료를 위아래로 한 번에 늘리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2015년에는 LG화학(051910)의 리튬 이온 전지 분리막 생산 설비를 매입해 양산설비를 갖췄다. 지난해에는 LG화학·삼성SDI(006400)의 전기차용 배터리에 쓸 분리막 물량을 공급하기 위한 추가 설비투자에 800억 원을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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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 상황은 아직 좋지는 않다. 2019년 말 기준 매출 1,028억 원, 영업 손실 206억 원이다. 1년 내 갚아야 할 부채 대비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따지는 유동비율은 51.5%로 낮다. 그러나 증권 업계에서는 최근 몇 년 양산 체제를 갖추기 위한 투자가 이어지며 실적이 하락했을 뿐 투자가 마무리되는 내년부터 실적이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2019년 12월 더블유씨피는 전환사채(CB)를 발행해 포스코기술투자·신한금융투자·산업은행 등으로부터 1,710억 원의 투자도 받았다. 이들은 상장이 성공하면 높은 수익을 챙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투자한 전환사채는 투자 다음날부터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고 공모 가격보다 70% 낮은 가격에 전환할 수 있다.
더블유씨피에 앞서 상장한 2차전지 관련주 가운데 에코프로비엠은 3조 원, 천보 1조 7,000억 원, 아이티엠반도체 1조 3,000억 원의 시가총액을 달성하는 등 증시 분위기도 긍정적이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2차전지의 핵심 소재를 생산하면서 대형 거래처를 확보했고, 증시 상황도 좋아서 상장 이후가 기대되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임세원 김민석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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