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니코스피200선물 시장 조성자에 대한 증권거래세 면제 혜택을 종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니코스피200선물은 시장 조성자가 참여하는 파생 상품 중 가장 거래량이 많은 상품으로 꼽힌다. 이에 증권 업계에서는 파생 상품 시장뿐 아니라 증시 전체의 유동성 감소 등 부작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금융 투자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시행령을 내년 초 입법 예고를 거쳐 시행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시장 조성자의 위험 회피(헤지) 목적 주식 매도에 대한 0.25%의 증권거래세 면제 혜택을 오는 2022년 말까지 연장하고 면세 대상은 거래 대금, 시가총액, 회전율 등을 고려해 시행령에 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면세를 연장하되 대상은 축소하는 방향으로 정해진 것이다.
기재부가 입법 예고를 위해 준비 중인 시행령 초안에는 시장 조성자의 미니코스피200선물 거래를 면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니코스피200선물의 유동성이 충분히 확보돼 시장 조성자가 참여할 필요성이 작고 시장 조성자에 대한 증권거래세 면제 대상 중 미니코스피200선물의 비중이 커 세수 확보에 도움이 많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22일까지 미니코스피200선물 일 평균 거래 대금은 2조 3,039억 원으로 주식·주가지수 선물 시장에서 개별 주식 선물(3조 1,704억 원)과 시장 조성자가 없는 코스피200을 제외하면 규모가 가장 크다. 기재부 관계자는 “개정안에 면세 범위를 제한하게 돼 있어 시행령에서 어떻게 제한할지 금융위원회·한국거래소와 협의 중이며 아직 정해진 내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시행령의 방향이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파생 상품 시장에서는 주요 상품인 미니코스피200선물·옵션, 코스닥150선물·옵션, KRX300선물 시장조성자로 KB증권·DB금융투자(016610)·NH투자증권(005940)·SK증권(001510) 등 18개 증권사가 참여하고 있다. 상품 호가를 제출하고 위험 회피를 위해 상품을 구성하거나 기초 자산이 되는 주식을 매도하는 방식으로 활동한다. 미니코스피200선물 거래 수익을 중심으로 시장 조성자의 활동 비용을 충당하는 구조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파생 상품 시장, 주식시장 시장 조성자에 대한 증권거래세 면제 규모는 파생 상품 시장이 1,450억 원으로 주식시장(364억 원)의 약 4배에 달한다.
증권 업계에서는 미니코스피200선물 거래에 증권거래세가 부과되면 손실이 불가피해져 시장 조성자로 활동할 이유가 없어진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미니코스피200선물 시장은 시장 조성자 덕분에 활성화됐는데 시장 조성자가 사라지면 유동성 감소로 외국인 투자가도 빠져나가 침체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파생 상품 시장 거래와 연동된 주식시장의 유동성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외국인 투자가의 대규모 주식 매도·매수가 발생할 경우 안전판이 될 시장 조성자의 역할이 없으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는 증시 활성화를 위해 혜택을 제공하면서 시장 조성자 제도를 확대하다 규제 강화로 선회하는 모습이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공매도 규제 대책의 일환으로 미니코스피200 선물·옵션 시장 조성자의 주식시장 공매도 거래를 금지하기로 했다. 시장 조성자에게 면제됐던 업틱룰도 적용하기로 했다. 가격 하락 방지를 위해 직전 거래 체결 가격 이하로 공매도 호가 제출을 금지하는 규제다. 한 증시 전문가는 “증시가 활황인 시기에는 시장 조성자의 중요성이 드러나지 않을 수 있지만 활황이 지속될 수 없기 때문에 증시 침체기에 중요한 시장 조성자 제도를 규제로 위축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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