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난 가을 초 다녀온 야간 라운딩을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헝그리 골퍼’라면 야간 라운딩의 매력을 익히 알고 있을 터. 늦봄부터 가을까지 가능한 야간 라운딩은 다음 날이 피곤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보다 저렴한 그린피에 선선한 날씨, 막히지 않는 교통편까지 장점이 너무나도 크죠. 저도 야간 라운딩을 좋아하는 골퍼입니다.
그러다 보니 야간 라운딩이 가능한 골프장 중 조명을 몹시 따지는 편입니다. 특히 야간 라운딩이 가능한 대부분의 골프장 조명이 화이트티에 맞춰지다 보니 레이디 티에서 티 오프 시 그림자가 지거나 공이 보이지 않는 등 골프를 즐기기 힘든 구장이 많기 때문입니다. 요즘같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야간 라운딩을 하지 않던 골프장이 대충 조명을 설치하고 야간 플레이까지 확장하는 걸 보면 즐거운 라운딩을 위해서는 이것저것 따지는 게 늘어납니다.
야간 라운딩이 가능한 골프장 중 ‘탑(Top) 3’ 안에 드는 써닝포인트컨트리클럽(CC)은 제가 참 좋아하는 곳입니다. 용인에 위치해 거리도 가까울 뿐 아니라 지난해 LED로 전 조명을 교체한 덕분에 ‘야간 라운딩을 하기 좋은 구장’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조명이 진짜 너무너무너무 대낮처럼 밝아서 좋습니다.) 특히 야간 라운딩을 2회 정도 가본 결과 레이디 티에서 티 오프 뿐 아니라 모든 샷이 그림자 하나 지지 않는 조명 구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즐거운 라운딩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KG그룹의 골프장으로 그늘집에서 기본으로 나오는‘ KFC 치맥(치킨+맥주)’ 세트는 덤이었죠. (치맥 세트는 야간에만 제공됩니다.)
이 날 써닝포인트CC를 가기 위해 선택한 차는 재규어랜드로버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올 뉴 디펜더였습니다. ‘가는 곳이 곧 길이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달고 나온 랜드로버의 올 뉴 디펜더는 오프로드와 온로드를 넘나드는 주행 실력을 뽐내는 차량이죠. 군용 차량이 베이스가 된 올 뉴 디펜더는 직선이 강조되면서도 묘하게 귀여움이 뿜어져 나오는 외관을 갖고 있습니다. 클래식하면서 현대적인, 아이러니한 감정을 선사하죠. 보닛과 라디에이터 그릴 사이에는 ‘디펜더’ 영문 레터링이 고딕체로 적용돼 레트로한 감성을 담아냅니다. 전장이 5,018mm에 달하며, 전고는 1,967mm입니다. 휴게소가 잠시 세웠더니 GV80이 옆에 와서 정차했습니다. 외관상으로는 올 뉴 디펜더가 GV80보다 더 높았습니다. GV80 차주님께서 굉장히 신기하다는 듯 이것저것 물어봐 친절하게 대답해 드렸습니다. 이목을 끌기에 충분합니다.
프론트에서 리어 휠 하우스와 다른 차체는 투톤 컬러가 적용됐습니다. D필러 상단에 간단한 짐을 수납할 수 있는 정사각형 박스가 눈에 띄었습니다. 후면에는 아웃도어 차량 답게 스페어 타이어가 별도로 적용됐습니다. 센터페시아를 가로지르는 마그네슘 합금 크로스카 빔, 노출 구조형 디자인이 독창적이었습니다.
트렁크는 역시 골프백을 넣기에 충분했습니다. 가로로 캐디백이 들어갈 뿐 아니라 3개까지 가능해 보였습니다. 여기에 2열을 폴딩하면 2,380ℓ까지 가능하다고 하니 캐디백 6개를 넣어도 충분할 듯 했습니다. 올 뉴 디펜더는 배기량 1,999cc의 인제니움 4기통 디젤엔진이 탑재됐습니다. 최고출력은 240마력, 최대토크는 43.9kgf·m의 파워로 오르막길에서도 충분한 파워를 선사했습니다. 주행 모드는 콤포트, 에코, 스노우, 머드, 샌드, 암석 및 도강 등 7가지. 빙판길이나 눈길에서도 안전한 주행이 가능해 보였습니다.
가속 페달을 밟자 치고 나가는 가벼움 때문에 몸이 흔들렸습니다. 이어 속도를 높여 120km/h를 넘어서자 헤드레스트가 뒷통수를 지속해서 때리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역시 이 차량은 속도로 타는 차가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여기에 가벼운 브레이크 페달은 단점이었습니다.
어느덧 써닝포인트CC에 도착했습니다. 신생 골프장답게 깔끔한 클럽하우스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클럽하우스 중간에는 승리의 여신상 조각이 있었습니다. 용인시 처인구에 위치한 써닝포인트는 ‘썬-포인트’ 코스로 총 18홀의 골프장입니다. 스타터 하우스로 내려가자 큰 호수에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과 ‘KFC’로고가 눈에 띄었습니다. KLPGA투어 KG, 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이 매년 열리는 구장이었습니다. (올해 9월에도 개최 예정이었으나 스폰서의 사정으로 취소됐다고 합니다.) 티 박스 마커들에 모두 KFC로고가 박혀 있습니다. 전장이 그렇게 길지는 않지만, 특이하게 파6 홀(썬코스 9번홀)이 있습니다. 밴트 그래스로 잔디 상태가 꽤 좋습니다. 거기에 촘촘한 페어웨이 잔디에 넓은 구장까지, 언듈레이션도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티잉 그라운드는 켄터키 블루 그래스로 파3 티잉 그라운드 시 매트로 돼 있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써닝포인트의 특징은 경품이 걸린 홀입니다. 포인트 코스의 7번홀은 파3로 홀인원 시 KFC 100만원 상품권이 나갑니다. (KFC치킨을 100만원어치 먹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썬 코스의 9번홀은 500m가 넘는 파6로 둥그런 KFC 존이 있습니다. 티샷으로 이곳에 공을 넣을 경우 다음 방문 시 그린피가 무료입니다. 이 존은 레이디의 티샷에 적합했는데, 저는 두 번 다 30cm도 안 되는 곳에 떨어뜨려 아깝게 실패했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써닝포인트의 시그니처 홀은 썬 코스의 6번홀입니다. 이 홀의 화이트 티 뒤에는 태극문양의 그림이 있습니다. 320m 파4 홀로 우측 숲에 그린이 가려진 블라인드 홀입니다. 전반적으로 써닝포인트의 벙커는 무난한 위치에 있어 빠지기 쉬운 곳은 아니었습니다. 블라인드와 도그랙 홀은 한두개 정도였고, 페어웨이도 길지 않아 중급자에게 적합한 구장이었습니다. 아쉽게도 운전 때문에 맥주 대신 콜라로 대체했지만, 그늘집에서 제공되는 ‘치+맥’ 세트 역시 독보적이었습니다.
야간 라운딩일 수록 OB가 없고 공이 죽더라도 헤저드로 적용돼 한 타를 벌 수 있습니다. 야간 라운딩 시 주의해야 할 점은 노란색 공이 가장 눈에 잘 띈다는 점입니다. 특히 빨간 색이나 핑크 색의 공은 지양해야 합니다. 써닝 포인트는 조명이 대낮처럼 환할 뿐 아니라 헤저드가 그리 많지 않아 공을 많이 챙겨가지 않아도 될 듯 싶었습니다. 아울러 올 뉴 디펜더는 쾌적하고 부드러운 승차감으로 장시간 운전에도 전혀 피로함이 없었습니다. 여기에 메르디안 스피커 음질 역시 꽤 괜찮았습니다. 큰 덩치로부터 뿜어지는 안전함과 안정감은 덤이었습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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