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의 해외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 반도체주 매수가 크게 늘고 있다. 내년 반도체 시장이 ‘슈퍼사이클’을 맞을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국내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005930) 등으로 개인 수급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발 빠른 ‘원정 개미’들은 해외 반도체 기업으로도 보폭을 넓히는 모습이다.
2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24일까지 국내에서 ‘아이쉐어즈 반도체’(SOXX) 상장지수펀드(ETF)가 6,899만 달러(761억 원)규모 순매수 결제된 것으로 집계된다. 이는 개별 종목을 포함한 해외주식 중 순매수 결제가 네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일간 변동률을 추적하는 이 ETF는 지난달만 하더라도 국내 순매수가 1,341만 달러 규모에 그쳤지만 이달 들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급격히 늘었다.
또 다른 반도체 ETF인 ‘반에크 벡터스 반도체’(SMH)도 같은 기간에 5,826만 달러 순매수 결제됐다. 이 ETF는 ‘MVIS 미국 반도체 25’ 지수를 추종해 SOXX과 포트폴리오 구성이 소폭 차별화된다. SOXX는 브로드컴과 퀄컴 등이 각각 8.32%, 7.83%의 비중으로 우선적으로 담고 있지만 SMH는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13.02%)의 비중이 가장 크다. 아울러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대비 3배 수익을 추구하는 디렉시온의 SOXL ETF도 국내 투자자들은 1,438만 달러 규모 사들였다.
개별 종목 매수에도 적극적이다. 퀄컴을 4,564만 달러 순매수했고 TSMC(나스닥 상장)도 2,102만 달러 사들였다. 여기에 반도체 장비 기업 ASML(나스닥 상장)의 순매수도 1,353만 달러에 이른다.
이는 반도체 업황이 내년부터 본격적인 호황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내년 경기 회복세 등을 감안해 반도체 업종에 대한 낙관론을 제시한 바 있다. 마이크론과 AMD, 아날로그디바이스 등이 골드만삭스가 꼽은 유망 종목이다. 미국의 투자은행(IB) 베어드는 퀄컴이 5G 사이클의 중심에 있다고 판단하며 200달러의 목표가를 제시했다. 이는 월가 최고 수준이다.
특히 최근 개미들이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를 쓸어담고 있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설명이 있다. 개인들은 12월 삼성전자 우선주와 보통주를 각각 1조7,629억 원, 1조 6,375억 원 규모 사들였다. 개인 순매수 1·2위에 해당한다. 특별배당에 대한 기대와 함께 메모리 업황 개선으로 삼성전자가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반도체 종목의 가격이 높아졌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투자전문지 배런스에 따르면 올해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50% 넘게 올랐으며 12개월 선행 실적추정치 대비 약 24배 수준을 나타낸다. 지난 5년 간 평균은 16배였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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