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의 주도 세력으로 등장한 ‘동학 개미’의 힘은 주식 양도소득세·공매도 등 주식시장 관련 정책들의 변경으로도 이어졌다. 개인 투자자가 ‘큰손’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증시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라는 평가와 여론에 흔들리는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엇갈린다.
28일 금융 투자 업계에 따르면 올해 개인 투자자의 요구로 바뀐 대표적인 정책은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 변경이 꼽힌다. 당초 기획재정부는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이 되는 대주주 요건을 종목당 보유 금액 10억 원에서 3억 원으로 낮추고 내년 4월부터 시행하려고 했다. 이에 대해 양도소득세 부과 회피를 위한 주식 매도 물량 급증 등 부작용을 우려한 개인 투자자 및 금융 투자 업계, 전문가들의 반대 의견이 이어지자 기재부는 결국 현행 기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연말을 맞아 코스피가 사상 처음 2,800 선을 돌파하는 등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결과적으로는 증시 활성화에 도움이 된 정책으로 평가된다.
공매도 금지 연장 및 처벌·감시 강화 역시 개인 투자자의 강력한 요구가 반영된 결과로 지목된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9월 중순까지 예정돼 있던 공매도 전면 금지 기간을 내년 3월 중순까지 연장했다. 일부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가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특정 종목의 하락을 부추기며 증시 불안정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근 증시가 지나치게 과열된 상황이기 때문에 공매도의 순기능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는 등 여전히 논쟁은 계속되는 모습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는 “주식시장이 이미 정상화됐고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간 괴리가 빠르게 커졌기 때문에 공매도를 가능한 한 빠르게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공모주 청약과 시장조성자제도 개편도 개미들의 힘이 컸다. 공모주 청약제도는 내년부터 개인 투자자에 대한 공모주 청약 배정 물량 비율이 20%에서 최대 30%까지 늘어나고, 개인 투자자 배정 물량 중 절반 이상에 청약 증거금 기준 대신 최소 청약 증거금 이상을 납입한 모든 투자자에게 동등한 배정 기회를 주는 방식이 도입됐다. 주식, 파생 상품 시장 활성화를 위해 도입돼 확대됐던 시장조성자제도는 일부 개인 투자자들이 불법 공매도에 활용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한국거래소가 조사에 나섰고 미니 코스피200 선물·옵션 시장 조성자의 주식시장 내 공매도 거래가 금지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증시 호황기에는 괜찮지만 증시 침체기에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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