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이들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언급되는 일 자체가 없도록 하겠습니다.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도 없을 것이고, 제가 지킨 약속은 모두 지키고 삼성이 드린 약속도 제가 책임지고 이행할 것입니다.”
‘국정농단 사건’에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52)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에서 3년만에 최후 진술을 통해 심경을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30일 이 부회장 등의 뇌물공여 등 혐의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이 부회장은 “오늘 저는 참회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두번 다시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 또 다짐하면서 이 자리에 섰다”고 울먹이며 최후진술을 시작했다. 이어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께서 쓰러졌고, 경황이 없던 와중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가 있었다”며 “지금 같았으면 결단코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회사와 임직원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국민도 실망했고 솔직히 힘들었다”면서 “모든 것이 저의 불찰, 저의 잘못이다. 제 책임이다. 제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는 “부끄러운 마음으로 깊이 뉘우친다”면서 “이 사건은 제 인생에서 커다란 전환점이 됐다. 4년간의 재판, 조사 과정은 제게 소중한 성찰의 시간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발족한 준법감시위원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충분히 지원하겠다면서 준법을 넘어 최고 수준의 투명성과 도덕성을 가진 회사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치열함이 삼성의 DNA여서 앞만 보고 달렸다. 돌이켜보면 중요한 것을 놓친 것 같다”며 “삼성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 국민 신뢰를 간과했다. 삼성에 대한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재판장께서 재벌의 해체로 지적한 부분을 과감하게 바꾸겠다”며 “저희가 잘 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하겠다. 국민에게 큰 빚을 졌고, 꼭 되돌려 드리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다 제 책임이다. 죄를 물으실 일이 있으면 저한테 물어주시길 바란다”며 “여기 선배님들은 평생 회사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이다. 이 분들을 너무 꾸짖지 말아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법정 진술을 한 것은 지난 2017년 12월27일 항소심 결심 공판 이후 약 3년 만이다. 당시 구속 상태이던 이 부회장은 “왜 제가 대통령에게 청탁을 하겠나. 이것만은 정말 억울하다”며 울먹이며 최후진술했다. 이날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9년을 구형했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