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해지지 말 것(Don‘t be evil)”
구글이 창업 후 오랫동안 경영 모토로 삼아왔던 원칙이다. 구글은 전 세계 모바일 검색 시장의 95% 이상을 독점해 검색 광고에서만 지난 2019년 1,350억 달러(146조9,000억원)를 벌어 들일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미국 법무부가 지난해 10월 “구글이 경쟁에 해로운 배타적 관행으로 시장독점을 유지했다”며 반독점 소송을 제기해 신뢰도에 손상을 입었다. 또 인앱 결제 강제 정책을 모든 앱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IT서비스 기업들은 물론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독점을 통해 성장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후에는 ‘선한 독점’이 핵심 경쟁력이 된다. 플랫폼은 공급자와 소비자가 동시에 모이는 이른바 ‘양면 시장’이기 때문에 중간 역할을 하는 플랫폼이 어느 한쪽에서라도 신뢰와 지지를 잃으면 회복하기 힘든 손실을 입기 때문이다. 김기찬 가톨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신용(Credit)의 시대를 ‘리뷰의 시대’로 바꾼 것이 플랫폼 비즈니스”라며 “독점적인 플랫폼이라고 해도 이용자의 리뷰가 나빠지면 공급자의 리뷰가 나빠지고 그 반대 방향으로도 서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때 잘 나갔던 우버가 공급자의 리뷰가 나빠지면서 결과적으로 소비자 이탈을 불러온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전했다. 실제 우버 택시는 한 때 시장을 90% 이상 장악하며 사실상 독점에 성공했지만, 기사들에게 돌아가는 요금을 줄이자 강력한 반발을 샀다. 기사들은 이탈 움직임을 보였고 이는 소비자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게다가 사내 성추행, 불법 소프트웨어 운영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딜리트우버(DeleteUBER)’ 움직임까지 생겨났다. 우버는 결국 후발 주자였던 리프트에게 시장 점유율을 30% 이상 내줬다. 반대로 리프트는 선한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노출하며 불가능해 보였던 열세를 어느 정도 극복했다.
전문가들은 선한 독점을 유지하려면 플랫폼 사업자들이 ‘중개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국내 시장만 대상으로 하는 플랫폼 사업자의 경우 시장에 개입하고 싶은 유혹이 더 강하기 때문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경전 경희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제3자적 입장에서 운영·중개만 해야 하는 플랫폼 사업자가 공급자 역할을 하는 순간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며 “국내의 경우 시장이 크지 않기 때문에 플랫폼 사업자가 이 같은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네이버가 쇼핑 검색 순위 조작으로 과징금을 받은 사례를 들면서 “플랫폼 기업이 되는 순간 공급자로 참여하거나 개입하지 않는 것을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지난 해 10월 검색 알고리즘을 인위적으로 조정해 경쟁 오픈마켓 상품의 노출 순위는 하락시키고 자사 제품을 상단에 노출했다는 이유로 네이버에게 역대 최대 과징금(267억원)을 부과했다.
플랫폼 기업들이 시장 개입 유혹을 떨쳐내고 내부 필터링을 강화하려면 독점으로 발생한 권력을 자체적으로 분산시키는 것도 대안이다. ‘플랫폼의 생각법 2.0’ 저자인 이승훈 가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선한 플랫폼’이라는 게 쉽지는 않지만 독점 플랫폼은 돈을 번다는 것을 넘는 선한 가치와 원칙을 내세우고 지키는 게 중요하다”며 “SNS에서 미디어 플랫폼으로 성장한 페이스북이 매년 수억 달러를 쓰면서 지역 언론사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한 것처럼 권력을 분산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아군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혜진기자 made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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