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코스피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행보에 주목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당선인은 2,000조 원이 넘는 역대급 부양책을 미국 의회에 제안해둔 상태이며 오는 20일 취임 연설을 통해 새 행정부의 정책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측된다. 내주 코스피 예상 밴드로 한국투자증권은 3,100~3,200선, 하나금융투자 3,100~3,200선, NH투자증권 3,100~3,250선을 제시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03% 하락한 3,085.90에 마감했다. 지난 11일 코스피 지수가 하루 170포인트 등락 폭을 기록하고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가 7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는 등 최근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모습이다. 널뛰기 장세에서도 개인은 왕성한 매수세를 보이면서 새해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1조 5,000억 원이 넘는 순매수세를 기록했다.
내주 증시의 가장 큰 변수는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은 해소될 전망이며 블루 웨이브(민주당 장악)의 현실화로 바이든의 경제 정책 슬로건인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 계획이 힘 받을 것으로 보인다. 14일(현지 시각) 바이든은 1조 9,000억 달러(2,082조 원) 규모의 전염병 억제 및 경기부양 예산안을 의회에 제안했다. 1조 9,000억 달러 중 4,000억 달러는 전염병 퇴치에 사용되고 미국 국민 1인당 1,400달러를 추가 지급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주식시장은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 연설 속 정책 시그널이 그간의 기대에 충족하는지 여부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7년 취임연설에서 키워드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을 강조했던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임기 내 그에 따른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등 취임 연설을 통해 새 행정부 정책의 큰 그림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또한 여러 공약 가운데 무엇을 먼저 행정명령으로 서명하는지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취임 당시 오마바케어 폐지를 행정명령 1호로 서명하자 헬스케어 업종의 수익률이 부진했다”며 “파리기후협약 재가입, 동맹국과의 관계 복원, 반이민정책 철회 등이 바이든의 행정명령 1호 후보로 거론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하면 친환경업종, 동맹국과의 관계 복원에 서명하면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이 환기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주식시장이 휴식기에 들어선 모습이지만 코스피 3,000선은 붕괴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기업의 이익 추정치도 상향 중이고 무엇보다 개인 투자자의 매수 여력이 줄지 않고 있어서다. 이번주 주식 매수를 위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사상 최대인 74조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또한 최근 미국 연준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가능성을 시사한 점이 지수에 부담이 됐지만 이후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이 인플레이션이 2%를 도달하기 전까지 금리 인상은 없다는 기조를 재확인 시켜줬다. 김성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이퍼링 우려에 기인한 증시의 변동성은 단기간 내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으며 저가 매수(Buy the dip) 전략이 유효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새 행정부의 공격적인 부양책으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경기 민감업종과 미국향 수출 업종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전후 경기 개선 기대가 본격화할 수 있어 경기민감 업종의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며 “특히 경기민감주 내에서도 국내 경기 관련보다 글로벌 경기 개선에 밀접한 소재, 산업재 업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승배기자 b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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