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문 대통령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회견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현장에 입장한 기자를 20명으로 제한하고, 100명은 화상 회의 플랫폼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을 둘러 싼 스크린에 원격 참여한 기자들의 모습이 등장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온라인 회견을 병행하며 기자들도 손을 드는 대신 각자 번호표를 들어 질문했다. 문 대통령도 화면 속 번호표를 바라보며 “23번 기자님”을 호명하는 식으로 질문 받았다.
이날 회견에서 청와대가 선택한 화상 회의 플랫폼은 시스코 웹엑스였다. 당초 줌(Zoom), 마이크로소프트(MS) 팀즈(teams), 구글 미트(meet)나 국산 프로그램일 것이라는 예상을 벗어난 선택이다. 시스코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기자회견을 위해 웹엑스를 사용했다”며 “지난해에도 청와대가 웹엑스를 사용한 화상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줌, 팀즈 등이 주목 받고 있지만 시스코는 전통적인 화상 회의 시장 강자로 꼽힌다. 주로 기업 간 거래(B2B) 위주로 사용돼 일반 사용자에게는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하지만 안정성과 신뢰성에선 높은 평가를 받는다. 시스코는 세계 1위 유선통신장비 제조사다. 서버·네트워크 장비 시장 표준으로 인정 받는다. 포츈 500대 기업 중 95%가 시스코 웹엑스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스코 관계자는 “대통령 기자회견인 만큼 보안에 중점을 둔 선택”이라며 “안정성과 클라우드 기반이라는 점 등을 청와대가 주목한 듯하다”고 전했다.
청와대가 시스코를 선택한 데 대해 일부 국내 화상회의 솔루션 제조사들은 아쉬운 반응이다. IT 업계 한 관계자는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만큼 국산 플랫폼을 사용해줬다면 좋았을 것”이라며 “공공 영역에서 외산 프로그램을 활용했다는 데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윤민혁기자 beheren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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