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기 때문에 재정 상황, 재원 여건도 고려해야 할 중요한 정책 변수”라고 강조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영업 제한 손실보상 제도화에 반대 입장을 에둘러 표명한 기재부를 두고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고 압박한 상황에서 관련 논란에 대한 사실상의 재반박인 셈이다.
홍 경제부총리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면서 국가 채무가 빠르게 늘어나는 등 재정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홍 부총리는 특히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와 관련해 “향후 방역 상황, 피해 상황, 경기 상황, 재원 상황 등을 종합 고려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지급이 불가피한 경우라도 선별 지급이 보다 효율적이고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상황에서 ‘선별 지급이 필요하다’고 선을 그은 셈이다.
영업 제한 손실보상 제도화 문제와 관련해서는 “가능한 한 도움을 드리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며 “기재부도 어떠한 형태로든지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고 내부 점검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와 관련해서는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어서 짚어볼 내용이 많았다”며 “당장 모 의원님 제시안대로 할 경우 월 24조 원이 소요돼 4개월 지급 시 우리나라 복지 예산의 절반 수준인 100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홍 부총리는 ‘한국의 재정은 탄탄한 편’이라는 정치권 등 일각의 주장에 대해 “재정 악화 속도가 가파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적자 국채 발행이 지난해 약 104조 원, 올해 약 93조 5,000억 원, 내년에도 1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국가 채무 총액은 내년에 처음으로 1,000조 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며 이 같은 국가 채무 증가가 국가신용 등급 하향은 물론 미래 세대의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홍 부총리는 “지난해 100여 개국이 국가신용 등급 하향 조정을 겪었다”며 “과도한 국가 채무는 우리 아이들 세대의 부담이고, 가능하다면 재정 여력을 조금이라도 축적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유념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기재부가 재정지출에 소극적이라는 비판과 관련해 “국가 재정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쓰이도록 하는 것은 기재부의 권한이 아니라 국민께서 요청하신 준엄한 의무이자 소명이라는 점을 늘 가슴에 새기고 좌표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세종=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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