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세·탄소국경세 등 다국적 수출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 조세 도입이 제조업·수출 중심의 한국 기업들에 부담을 가중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국제 조세뿐 아니라 국내에서는 탄소배출권거래제에 더해 탄소세 도입까지 논의되고 있어 기업들이 ‘삼중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3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디지털세·탄소세 등 국제 조세 동향과 한국의 대응’ 세미나에서는 이 같은 전문가들의 우려가 쏟아졌다. 이경근 법무법인 율촌 박사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국내 탄소배출권 비용 증가에 따른 부담과 동시에 탄소세 도입, 이에 더해 곧 확정될 해외 탄소 국경세까지 3중 규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배출권거래제 도입 첫해인 지난 2015년 배출권 가격은 톤당 1만 1,013원에서 지난해 3분기 3만 1,492원으로 세 배가량 올랐다. 거래액은 같은 기간 624억 원에서 1조 873억 원으로 급증했다.
이 박사는 “이런 상황에서 탄소세 도입은 세제의 역진성과 조세 저항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 정부가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며 “조세 저항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후대응기금의 합리적 사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가 자동차·철강·석유화학 등 탄소 배출이 많은 산업이 주력 업종이어서 부담이 특히 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성범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탄소 배출량이 많은 기업의 상품이라면 유럽 지역 수출 시 탄소국경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며 “탄소 집약적 제조업에서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Y한영은 탄소국경세 도입 시 오는 2023년 한국 기업들이 미국·유럽연합(EU)·중국에 지급해야 할 탄소국경세를 약 6,100억 원으로 추산했다.
기후변화 대응뿐 아니라 7월 확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디지털세도 국내 기업에 부담이다. 디지털세는 사업장 위치에 관계없이 다국적 기업이 매출을 일으키는 곳에서 일정액을 부과하는 세금이다. 해외 매출 비중이 큰 국내 기업들의 경우 집중적인 영향권 아래 놓일 가능성이 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디지털세가 도입되면 전 세계적으로 연간 118조 원의 세수가 더 걷힐 것으로 예상했다.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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