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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금융경제·금융일반
땅 투기 ‘공공 신뢰' 추락···신규택지·사전청약 줄줄이 미뤄지나

■ '신도시 투기' 의혹 일파만파

내달 신규택지 발표 등 파장 주목

의혹 추가적발땐 시장 불신 '들불'

정부, 공급정책 동력 상실 불가피

연루 LH직원 토지보상 관련 업무

"택지개발 예정지 잘 파악했을 것"

2일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사전투기의혹 공익감사청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의 3기 신도시 사전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정부 주도 공급 대책이 시장에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와중에 공공의 신뢰성마저 훼손될 경우 부동산 정책 기반 자체가 무너지는 역풍이 불어닥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정부는 사태를 조기 수습하기 위해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관련 공공 기관 공무원 및 가족 등에 대한 투기 의혹 조사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시장에서는 정부 대응과 무관하게 3기 신도시 추진 계획은 부분적으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3일 투기 의혹이 일고 있는 광명·시흥지구 한 토지에 묘목들이 심어져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LH 직원 13명은 이곳 12필지를 신도시 지정 발표 전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


◇신도시 넘어 부동산 정책 역풍 부나=시민단체에서 촉발한 LH 직원들의 사전 투기 의혹에 대해 일부 직원 연루 사실이 확인되면서 3기 신도시 추진 계획은 지연이 불가피해졌다는 평가다. 당장 오는 4월 중 발표 예정이었던 11만 가구 규모의 수도권 신규 택지 발표도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밖에 정부는 올 하반기 인천계양을 시작으로 3만 가구의 사전 청약을 시작하고 하남교산·인천계양 등에서 토지 보상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원만한 진행은 어려워지지 않겠냐는 분위기다.

특히 현 상황에서도 토지주들과의 보상 문제 협의가 난항을 겪고 있었는데 이번 사태로 정부에 대한 신뢰가 타격을 입으면서 어려움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토지 보상이 지연되면 사전 청약을 통해 주택 시장 안정을 유도하겠다는 정부 구상도 차질을 빚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전수조사를 통해 의혹이 추가로 드러날 경우다. 3기 신도시 추진 계획뿐 아니라 정부가 주도하는 공급 대책 전반의 신뢰도가 훼손돼 추진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이다. LH 내부에서조차 ‘곪은 관행이 터졌다’는 반응이 나오는 수준인 만큼 전수조사에서 투기 정황이 추가로 발견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시장의 불신은 극도로 높아질 수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역풍을 우려해 조기 진화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LH는 직원 13명의 토지 매입 사실을 확인하고 직위 해제 조치를 완료했다. 전수조사에 따른 엄정 조치 외에 제도적 방지책 마련에도 나서기로 했다. 국토부는 신규 택지 개발과 관련된 국토부, 공사, 지방 공기업 직원은 원칙적으로 토지 거래를 금지하고 불가피할 경우 사전 신고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도화하기로 했다. 처벌 대상 범위 확대 등 처벌 수위도 높이기로 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3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토부·LH 등 근무자·가족 토지거래 전수조사" 지시 등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사 확대…사전에 왜 못 막았나=정부는 LH 직원의 광명·시흥지구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지자 3기 신도시 6곳 전체에 대해 전수조사에 돌입하기로 했다. 이번 조사에는 국토부 직원은 물론 지자체 공무원도 포함된다. 현행 공공주택특별법 등에 따르면 국토부와 관계 직원이 업무 처리 중 알게 된 정보를 통해 개인적 이익을 취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LH는 광명·시흥지구에 땅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진 직원 13명 전원이 신도시 택지 지정과 관련한 업무를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들 직원은 대부분 수도권 본부 토지 보상 관련 부서에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H의 한 관계자는 “해당 직원들이 신도시 택지 지정 정보를 미리 알고 목적 외에 사용한 것은 아니라고 보이는데 자세한 부분은 조사를 통해 밝혀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뒤늦게 3기 신도시에 포함된 광명·시흥지구는 투기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우려가 이전부터 제기됐다. 정부는 지난 2018년 9·13 부동산대책에서 대규모 공급 방안을 밝혔고 그해 말 경기도 남양주왕숙·하남교산·인천계양 등을 3기 신도시로 지정·발표했다. 당시 정부 발표를 앞두고 부동산 업계에서는 광명·시흥지구가 3기 신도시에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이명박 정부 시절 보금자리 주택을 건립하기 위해 대규모 토지를 구획화해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2018년 12월에 이어 2019년 3월 3기 신도시 추가 지정지에서도 광명·시흥을 제외했다. 국토부의 고위 관료는 이와 관련해 “광명·시흥을 후보지로 검토한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면서 정부가 대상지로 선정하기에는 부담이 컸다”며 “투기 우려 등 여러 검토할 요인들이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처럼 광명·시흥지구는 3기 신도시 후보지 ‘0순위’로 줄곧 거론된 탓에 이미 투기의 표적이 된 상황이었다. LH의 토지 보상 관련 직원들은 설사 3기 신도시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해당 지역이 대규모 택지지구로 개발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땅을 매입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토지 보상과 관련한 정보를 취급하는 직원과 관계자인 만큼 신도시 지정 업무를 담당하지 않더라도 대략 택지 개발 가능 예정지를 잘 파악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관련 직원과 친인척를 대상으로 사전에 토지 보유 현황을 점검하는 시스템이 갖춰졌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강동효 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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