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고려저축은행 대주주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에게 주식 처분명령을 내리면서 태광그룹 금융 계열사의 지배 구조가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이 전 회장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가 추가로 드러날 경우 흥국생명과 흥국화재 등 보험 계열사에 대한 주식 처분명령까지 내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렇게 되면 이 전 회장이 보유한 금융 계열사 주식을 중심으로 태광그룹 지배 구조가 뒤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 전 회장에게 고려저축은행 보유 지분율을 10% 미만으로 낮추라고 명령했다. 저축은행법상 대주주 적격성 유지 요건 충족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 전 회장이 지난 2019년 6월 대법원에서 횡령·조세 포탈 등의 혐의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점에서 대주주 적격성 유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전 회장은 고려저축은행 지분 30.5%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이 전 회장이 금융 당국의 명령대로 고려저축은행 지분을 10% 아래로 낮추면 고려저축은행 지배 구조가 크게 바뀐다. 현재 고려저축은행 지분 23.2%를 보유한 이 전 회장의 조카 이원준 씨가 최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이 전 회장은 금융 당국의 주식 처분명령에 불복해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과 소송을 법원에 냈다. 가처분 신청은 기각됐고 본안 소송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당국은 이 전 회장이 각각 지분 56.3%, 68.75%를 보유한 흥국생명과 흥국증권에 대해서는 지분 매각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저축은행 업계와 달리 보험업은 금융 관련 법이 아닌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을 적용받는데 이 전 회장의 범법 행위 발생 시점(2009년)이 해당 법의 시행 시기인 2016년 이전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전 회장의 또 다른 혐의가 존재해 흥국생명과 흥국화재 등 다른 금융 계열사도 대주주 적격성 리스크에서 안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앞서 2019년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를 통해 사익을 편취했다는 혐의로 이 전 회장을 두 차례 검찰에 고발했다. 이 전 회장이 공정위 검찰 고발 건에서 유죄를 받게 되면 흥국생명과 흥국화재도 대주주 주식 처분 등의 조치가 불가피한 셈이다. 혐의 시점 역시 지배구조법 시행 시기인 2016년 이후라 혐의가 인정되면 이 전 회장을 정점으로 한 지배 구조가 위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회장은 흥국생명과 흥국증권·고려저축은행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있고 이를 통해 흥국화재과 흥국자산운용·예가람저축은행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공정위 검찰 고발 건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대주주 적격성 여부를 논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이 전 회장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형을 확정받으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라 보험 계열사들이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지윤 기자 lu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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