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재개 리스크가 코스닥 대형주들을 옥죄기 시작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의 주가가 부진하자 코스닥지수 역시 13거래일 만에 1,000 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29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이슈를 거론할 수 있다는 불안도 투자 심리 위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28일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2.74포인트(2.23%) 하락한 998.27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이 1,000 선 아래로 내려온 것은 지난 9일 이후 처음이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는 개인이 3,921억 원을 순매수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523억 원, 2,091억 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이날 코스닥의 약세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로 구성된 코스닥150지수의 부진과 관련이 깊다. 코스닥150지수는 전날인 27일 전 거래일 대비 19.95포인트(1.33%) 빠졌고 이날은 41.83포인트(2.83%) 하락했다. 실제 코스닥150에 포함된 종목 150개 중 14곳을 제외한 모든 종목이 하락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다음 달 3일부터 공매도가 재개됨에 따라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금융 당국은 공매도를 재개하기로 결정했지만 모든 종목이 아니라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을 구성하는 일부 대형주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실제로 최근 대차잔고비율의 상승 폭이 큰 것으로 알려진 코스닥150 기업들은 이날 주가 하락 폭이 두드러졌다. 최근 한 달 사이 대차잔고비율이 9.2%포인트 늘어난 씨젠(096530)의 경우 이날 전 거래일 대비 4.49% 하락해 10만 원 아래로 내려앉았고 에이스테크(088800)와 상아프론테크(089980)는 이날 하루에만 각각 5.03%, 6.83%씩 하락했다. 대차잔고비율이 14.7%에 이르는 케이엠더블유(032500)의 경우 연초까지만 해도 6만 4,000원이던 주가가 최근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이날 5만 6,800원으로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외국인에 의한 공매도 노출이 높았던 종목 △최근 대차잔고가 크게 늘어난 기업 △실적이 부진하지만 주가수익비율(PER)은 높은 고평가 종목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신종 자본증권 발행이 많았던 기업들이 단기적으로 공매도 타깃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공매도 재개 리스크와 맞물려 다시 글로벌 금리 인상과 유동성 긴축 위기가 커지고 있는 점도 이날 주가 약세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피지수도 이날 1.06% 하락한 3,181.47로 마감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FOMC에서 금리 인상을 천천히 하겠다고 말을 해도 시장에서는 테이퍼링이나 금리 인상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이에 대한 경계감, 달러 약세에 대한 우려에 따른 외국인의 매도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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