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오는 6월부터 전 세계 유튜버로부터 세금을 원천징수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 유튜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국내에서 종합소득세를 납부해야 하는 유튜버들이 자칫 한국과 미국 양쪽에서 과세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통상 이중과세를 피하려면 해외에 낸 세금을 공제 받아야 하지만 한미조세협약(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소득에 관한 조세의 이중과세 회피와 탈세 방지 및 국제무역과 투자의 증진을 위한 협약)이 40년째 개정되지 않아 적용할 항목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한미 양국이 과세권을 두고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유튜버 개인이 국세청 또는 구글과 소송으로 다퉈야 한다.
3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구글이 국내 거주 유튜버에게 원천징수를 하면 세액공제가 가능한지 법령 해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앞서 구글은 미국 시청자로부터 얻은 이익에 대해 세금을 매기겠다는 명분으로 유튜버 전체 수익의 최대 30%를 원천징수하겠다고 밝혔다. 유튜브에서 수익을 내는 유튜브파트너프로그램(YPP)에 가입한 크리에이터는 6월까지 세금 정보를 제출해야 한다.
원칙적으로 국내 유튜버는 미국에 낸 세금에 대해 외국납부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종합소득 신고 기간에 미국에서 원천징수했다는 증명서를 제출하면 국세청이 이를 공제한 뒤 세금을 매긴다. 이외 미국에서 배당이나 이자소득이 발생해 원천징수됐다면 국내에서 세금을 납부할 때 그만큼 공제해준다. 하지만 구글의 원천징수가 외납세액공제 대상이 되지 않는다면 한미 양쪽에 세금을 내야 한다. 미국이 유튜버에 대해 과세 권한을 갖는 것이 맞는지, 과세권이 있다면 세율을 어떻게 할 것인지 양국 간 합의가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미국에 과세 권한이 없다고 본다면 유튜버가 원천징수 내역을 제출해도 외납세액공제를 해주지 않을 수 있다. 특히 구글이 징수하려는 세금의 대상은 미국 시청자로부터 발생한 광고·유튜브 프리미엄·슈퍼챗(후원) 수익 등으로 전통적인 소득과 거리가 멀다. 유튜브 영상마다 시청자 층이 다른 상황에서 미국 시청자로부터 발생한 수익을 어느 정도로 볼 것인지도 모호하다. 국세청은 이에 대해 “구글이 징수하려는 세금의 원천행위, 세목, 세율이 한미 조세협약 적용 대상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미 간 합의가 안 되면 유튜버로서는 양국에서 세금 폭탄을 맞게 된다. 한미 조세협약 27조는 ‘상호합의 절차’와 관련해 “양 체약국의 권한 있는 당국은 이 협약의 적용에 관하여 발생하는 곤란 또는 의문을 상호합의에 의하여 해결하도록 노력한다”고 규정했지만 이는 의무 사항이 아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조약이 체결돼 있고 네트워크가 있는 상황에서 한쪽 국가의 협의 요청을 무시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상대국에 절차를 강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유튜버가 여기에 불복하면 국세청 또는 구글과 소송전을 벌여야 한다. 유철형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한미 양국 간 과세에 관한 의견이 맞지 않아 국세청이 공제를 해주지 않으면 개인은 국세청을 상대로 우리나라에서 소송을 낼 수 있다”며 “한미 조세협약상 공제해주지 않은 것이 합당하다는 판결이 나올 경우 구글에 ‘원천징수가 잘못됐으니 돈을 돌려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걸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9년도 귀속 종합소득을 신고한 미디어 콘텐츠 창작자는 2,776명이다. 이들은 총 수입 금액 875억 원, 1인당 평균 3,152만 원을 신고했다. 상위 1% 창작자의 1인당 평균 연 수입 금액은 6억 7,100만 원에 달한다.
국세청은 2019년도 귀속분부터 유튜버가 소득을 신고하도록 했다. 계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영상 콘텐츠를 생산하고 이로부터 수입이 발생하는 경우 영상편집자 및 별도 스튜디오 유무에 따라 ‘1인 미디어 콘텐츠 창작자’ 또는 ‘미디어콘텐츠 창작업’으로 사업자 등록을 한 뒤 매년 5월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 한다. 국세청이 별도 업종 코드를 신설하기 전 이들을 분류했던 ‘기타 자영업’ 코드로 신고하는 유튜버까지 고려하면 실제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세종=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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