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가 3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르며 인플레이션 공포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고용 시장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 물가가 빠르게 오르면서 금리 상향 압력도 거세질 수밖에 없다. 서울시가 9년 만에 수도요금을 올리기로 하는 등 공공요금 인상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3% 올랐다. 지난 2017년 8월(2.5%)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월별 물가가 2%대로 오른 것도 2018년 11월(2.0%)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항목별로 보면 연초부터 고공 행진 중인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년 대비 13.1% 올랐다. 파(270.0%), 사과(51.5%), 달걀(36.9%), 고춧가루(35.3%) 등이 밥상 물가 급등을 이끈 주요 품목들이다.
농축수산물 외에 공업 제품(2.3%)과 서비스(1.3%) 물가가 오르는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가 살아나면서 국제 유가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해 4월 유가 급락의 기저 효과까지 겹쳐 석유류 가격이 13.4%나 뛰었다. 서비스 항목에 포함되는 집세도 전년 대비 1.2% 올라 2017년 12월(1.2%) 이후 40개월 만에 가장 크게 상승했다. 공공 서비스 요금도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이날 수도요금을 연 평균 톤당 73원씩 3년에 걸쳐 총 221원 인상하기로 의결했다. 올해 수도요금은 이에 따라 지난해 대비 평균 5.9% 인상된다.
정부는 다만 현재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기저 효과와 농산물 공급의 어려움 등으로 올 2분기 소비자물가가 일시적으로 2%를 넘길 가능성이 있지만 3분기 이후에는 점차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며 “물가가 민생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안정적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세종=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