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경쟁사의 신용체크카드를 등록해 사용할 수 있도록 이르면 올 연말 관련 시스템을 개발한다. 업계 간 개방성을 확대해 편의성을 높임으로써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에 맞서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시스템 개발과 별도로 실제 카드사의 참여까지는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6개 전업 카드사와 BC카드, 농협은행 NH농협카드는 최근 카드사 모바일협의체 회의를 열고 각사의 간편결제시스템 개방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현재 각 카드사의 ‘페이’ 애플리케이션은 자사 카드 결제용으로만 쓰인다. 가령 KB국민카드의 KB페이는 KB국민카드 결제용으로 신한카드 결제에는 이용할 수 없다. 신한페이판 앱으로 국민카드, 하나카드의 결제가 불가능하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삼성페이가 타 금융사와 연동해 사용할 수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카드사의 간편결제 앱 역시 타사 카드에 개방해 사용할 수 있도록 표준화된 규격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각사의 시스템을 호환·연계하는 데 여러 가지 기술적 협의가 필요한 상황으로 일단 업계가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합의한 것”이라며 “빠르면 올해 연말에 관련 시스템 개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카드사가 이처럼 경쟁사에도 개방하기로 합의한 데는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에 밀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카오페이는 올 1분기 거래액이 22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4% 증가했다. 네이버페이를 운영하는 네이버파이낸셜은 올 1분기 8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56.1% 증가한 수치다.
다른 관계자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과 실제 카드사들이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기는 했으나 회사별 이해관계, 입장 등에 따라 다를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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