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한국 신용등급을 ‘Aa2(안정적)’ 등급으로 유지했다. 다만 부채 증가 속도를 우려하며 “한국의 건전 재정 원칙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경고했다.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튼튼해 코로나19 위기에서 비교적 빠르게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국가 부채가 지금처럼 가파르게 늘어나면 신용등급 하락의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게 무디스의 지적이다.
무디스는 1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신용등급 평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무디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월 전망치인 3.1%에서 3.5%로 상향 조정하면서 신용등급도 현재 수준으로 유지했다. 현재로서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조정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성장률 상향 이유에 대해서는 “전자 제품 등 한국산 제품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높고 확장 재정도 성장률을 뒷받침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무디스는 확장 재정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함께 내놓았다. 위기 상황에서 확장 재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지만 여기서 재정 건전성이 더 크게 훼손되면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무디스는 “한국의 국가 채무가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고 이에 따라 한국이 자랑해온 재정준칙(fiscal discipline)이 시험대에 올랐다”며 “특히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44%까지 치솟은 국가 채무 비율이 향후 60%까지 오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달 주요국 재정 점검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GDP 대비 채무 비율이 오는 2026년 69.7%까지 뛰어오를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안드레아스 바우어 IMF 아시아태평양국 부국장 겸 한국 미션단장은 당시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고령화 문제에 직면한 한국은 ‘부채 폭발(debt exploding)’에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기관들이 한국의 재정 문제에 대해 점차 경고 수위를 높이고 있는 셈이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재정준칙 법제화 등 건전성 확보 노력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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