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기자본 규모 1위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이 ‘숙원 사업’인 발행어음업(단기금융업)에 진출하며 자기자본의 두 배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할 길이 열렸다.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12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후 정례 회의를 열고 미래에셋증권의 발행어음업 인가 신청안을 의결했다. 지난 2017년 7월 금융 당국에 발행어음업 인가를 신청한 지 약 3년 10개월 만이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증권은 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에 이어 네 번째로 발행어음업에 진출하게 됐다
발행어음은 1년 이내로 돈을 맡기면 정해진 이자를 주는 금융 상품이다. 안정적인 마진을 받을 수 있는 데다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기업금융·대체투자에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금융 당국이 2016년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 정책을 발표하면서 자기자본 4조 원 이상 증권사에 문호가 열렸다.
미래에셋증권은 2017년 금융 당국에 사업 인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그해 11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조사하면서 심사가 중단됐다. 하지만 지난해 5월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하지 않기로 하면서 심사 중단 사유가 해소됐다. 이에 올 1월에는 금융감독원 외부평가위원회를, 이달 4일엔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번 인가로 미래에셋증권은 최대 18조 원에 육박하는 자본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의 두 배까지 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자기자본은 9조 3,462억 원이다. 업계 최초로 종합금융투자계좌(IMA) 사업 진출도 가능해졌다. IMA는 발행 한도가 없는 원리금 보장 상품이다. 자기자본이 8조 원을 넘는 종합금융투자 사업자가 할 수 있는 사업으로 현재 이 조건을 충족하는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뿐이다.
증권가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올해 하반기에 발행어음업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말 미래에셋증권의 발행어음 잔액은 2조 원, 내년 말에는 6조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한다”며 “마진율을 1.5%로 가정하면 내년 발행어음 수익은 600억 원”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미래에셋증권이 당장 공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발행어음업의 수익성이 좋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도 “발행어음 사업을 통해 무리하게 자금 조달을 추진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들도 비교적 방어적인 태세를 취하고 있다. 현재 자기자본 액수보다 많은 발행어음을 취급하는 증권사는 한투뿐이다. 한투의 자기자본은 5조 8,000억 원인데 발행어음 자산은 총 8조 4,000억 원이다.
/심우일 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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