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산하기관인 수자원공사가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해 9.4GW 규모의 수상 태양광발전 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이는 춘천댐 10개 정도의 댐이 태양광 패널로 전부 뒤덮여야 실현 가능한 목표치다. 자칫 수중 생태계 교란으로 환경이 파괴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탈원전 기조 속에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라는 무리한 목표가 공기업들에 주어져 전국 곳곳에 태양광 시설이 난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수자원공사는 13일 환경부 주관으로 열린 ‘물(水) 산업 혁신 전략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상수도·댐 녹색 전환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회의는 환경부 산하 공공 기관들이 앞장서 ‘2050년 탄소 중립’을 실현한다는 목표 아래 개최됐으며 수자원공사 외에 한국환경공단·한국환경산업기술원 등이 참여했다.
이날 회의에서 수자원공사는 청정 에너지 확대 전략에 따라 9.4GW 규모의 수상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급 태양광발전소를 짓는 데 필요한 부지는 약 1만 4,876㎡다. 이를 토대로 9.4GW급 태양광 시설의 필요 부지를 추산하면 139.8㎢(약 4,230만 평)의 수상 면적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춘천댐 만수위 면적(14.3㎢)의 약 10배에 이르는 규모다. 사실상 국내 대다수 댐들에 태양광 시설을 깔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여의도 면적(2.9㎢)과 비교하면 48배에 이른다. 앞으로 태양광발전 시설의 효율이 좋아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필요 면적이 지나치게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태양광 확대 전략에 대해 너무 무리한 목표를 앞세운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정부가 제대로 된 자원 조사와 경제성 평가도 없이 마구잡이식 태양광 보급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며 “수상 태양광 시설은 수중 생태계를 무너뜨릴 위험성도 있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목표를 무작정 들이대는 게 옳으냐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국내 한 공공 기관 사장은 “공기업은 존재 그 자체로 이미 공공성을 갖고 있는 곳인데 이런 기업들에 ESG를 강요하다가 본업인 대국민 서비스에 질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는 수자원공사 외에도 ‘주민 참여형’ 수상 태양광 설치를 독려해 2030년까지 2.3GW의 발전 시설을 세우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또 공공 건축물에 대한 수열 에너지 사업을 올해부터 시범 적용하고 2027년까지 강원도에 수열 융복합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했다.
/세종=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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