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 기업 수가 시장 개설 25년여 만에 1,500개 사를 돌파했다. 상장 활성화로 시가총액 및 대형주 비중이 늘고 통신·금융 등 전통 산업 중심에서 바이오·2차전지 등 미래 성장 산업으로의 구조적 전환을 이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한국 경제 규모에 견줘 상장사 수가 지나치게 많아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면 코스닥의 질적 수준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거래소는 17일 일승·씨앤씨인터내셔널이 신규 상장하면서 코스닥 상장사 수가 1,500개 사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7년 10월 1,000개 사를 돌파한 후 13년 7개월 만이다. 현재 코스닥은 상장 기업 수 기준으로 미국 나스닥(NASDAQ), 캐나다 TSX-V에 이어 세계 신시장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상장 경로 다양화, 제2의 벤처붐 확산 등으로 상장사 수가 증가하는 동안 시가총액 상위 10위권 기업들도 완전히 재편됐다. 2007년에 NHN(181710), LG텔레콤, 키움증권(039490) 등 인터넷·통신·금융 등 전통 산업이 순위권에 포진했다면 현재는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셀트리온제약(068760), 에코프로비엠(247540), SK머티리얼즈(036490) 등 바이오·2차전지 등 미래 성장 산업이 그 자리를 대신해 구조적 전환을 이뤘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코스닥 시가총액은 2,664억 원으로 2007년(1,062억 원)과 비교해 약 2.5배 성장했다. 같은 기간 상장사들의 평균 자산(1,805억 원)도 108% 증가했다. 시가총액 규모별로 2007년에 3조 원 이상이 1곳, 1조 원 이상이 7곳, 5,000억 원 이상이 23곳이었다면 현재는 각각 9곳, 51곳, 106곳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코스닥 상장사 수가 한국 경제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아 부실기업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시장 전체의 평판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미국은 국내총생산(GDP) 규모(21조 4,270억 원)가 한국 시장(1조 6,460억 원)의 13배가 넘지만 나스닥 상장사 수(17일 기준 3,245개 사)는 코스닥의 2배 수준에 불과하다. GDP 규모가 한국의 3배, 9배에 이르는 일본과 중국의 신시장과 비교해도 코스닥 상장사 수가 훨씬 더 많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혁신 기업들의 자금 조달의 장이라는 점에서 코스닥 시장은 활성화돼야 한다”면서도 “바이오주 등 시장을 구성하는 기업들이 제대로 관리돼야 저평가 이미지도 개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suns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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