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가 프리미엄 혼수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며 시장 규모를 키우고 있다. ‘산다면 가장 비싼 거 하나’를 사는 MZ세대의 소비 성향과 지난해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예비부부들은 신혼 여행 대신 고가의 혼수를 장만하는 경향이 맞물린 현상으로 분석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시몬스 침대는 프리미엄 혼수 시장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고가의 침대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시몬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3% 늘어난 2,715억 원, 영업이익은 39% 증가한 147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업계 1위 에이스와의 격차가 180억 원으로 바짝 줄었다. 시몬스는 올해도 객단가 1,000만 원 이상의 ‘초고가’ 침대 세트 등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올해 1월~ 4월 침대 매트리스와 프레임, 베딩 등을 포함해 객단가 1,000만 원 이상 제품 구입 고객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대표적인 프리미엄 혼수 구입처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경우 2,000만 원을 호가하는 시몬스 침대 최상위 라인 ‘뷰티레스트 블랙’의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배 이상 성장했다.
혼수 침대 투자는 사이즈에서도 두드러진다. 고가 침대를 선택하는 고객들은 주저 없이 여유로운 대형 사이즈 매트리스를 원하는 경향이 강하다. 시몬스는 가로폭 170~190cm인 킹 사이즈 매트리스의 지난해 판매액이 전년 동기 대비 50% 가까이 증가했다. MZ세대가 시몬스를 택하는 것은 ‘6성급 특급호텔 침대의 대명사’로 불릴 정도로 이미 입증된 품질과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시몬스 침대는 지난해 리뉴얼 혹은 신규 오픈한 전국 5성급 이상 특급호텔 모두에 총 3,000개가 넘는 제품을 납품했다. 올해도 지난 1월 ‘그랜드조선 제주’와 ‘대구 메리어트 호텔 & 리조트’를 시작으로 2월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이번 달 오픈을 앞둔 ‘조선 팰리스’까지 모두 시몬스 침대가 비치됐다. 현재 서울신라호텔, 안다즈 서울 강남,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 그랜드 하얏트 서울 등 국내 유명 특급호텔 90%가 시몬스를 선택했다. 시몬스 침대 관계자는 “특급호텔의 안락함과 고급스러움을 침실에 그대로 들여놓고 싶어 해 시몬스를 선택하는 MZ세대들이 늘고 있다”며 “이들에게는 단순히 침대의 가격표보다는 숙면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가전 역시 프리미엄이 대세다. 삼성전자의 ‘비스포크’와 LG전자의 ‘오브제’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MZ세대 예비부부들의 선택을 받았다.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운 맞춤형 가전은 주거 공간에 자신만의 개성을 담고자 하는 예비부부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실적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 소비자 가전 부문의 매출은 12조 9,900억 원, 영업이익은 1조 1,200억 원, LG전자의 H&A사업본부의 매출은 6조 7,081억 원, 영업이익은 9,199억 원으로 두 회사의 담당 본부 모두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예물을 간소화하거나 생략하던 추세는 MZ세대가 결혼 시장의 수요자로 떠오르면서 변하는 모습이다. 특히 샤넬 등 명품 소비가 두드러진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의 명품 매출은 2,869억 달러로 약 19% 줄었지만, 국내 명품 매출은 2019년 매출 15조 120억 원과 비슷한 14조 9,960억 원을 기록했다. 대표 예물 브랜드인 샤넬을 비롯해 루이비통, 구찌, 에르메스, 크리스찬디올, 프라다, 페라가모 등 10대 명품 브랜드의 매출은 4조 원이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수입차 시장도 MZ세대 예비부부들의 통 큰 소비로 역대급 호황을 맞고 있다. 인기 차종의 경우 물량 부족으로 계약을 걸어 두고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 대기하는 실정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4월 판매된 수입차 누적대수는 9만 7,486대로, 전년 동기 대비 25.6%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MZ세대는 명확한 소비 기준이 있고, 이 기준에 맞춰 쓸 때는 과감히 쓰는 가성비 소비 패턴을 갖고 있다”며 “특히, 숙면은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프리미엄 혼수 침대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승 기자 yeonvic@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