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6월 국회를 앞두고 ‘세종시 아파트 특혜 분양’ 국정조사 문제로 25일 정면충돌했다. 국민의힘·정의당·국민의당은 세종 특공 사태를 진상 규명하기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소속 국회의원 전원에 대한 부동산 투기 조사부터 응하라”며 즉각 거부했다. 민주당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의혹이 4·7 재보궐선거 패배 원인 중 하나라는 자체 진단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국정조사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여당이 국정조사 반대 입장을 고수할 경우 6월 국회도 파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본청 의안과에 국회의원 111명을 대표해 ‘행복도시 이전기관 종사자 특별공급제도 악용 국정조사 요구서’를 공동 제출했다. 야 3당은 개별적인 특공 수혜자들과 관련해 △분양 당시 소유 주택 수 및 분양 대금 출처 △분양 이후 실거주 여부 및 보유 기간 △현재 소유 여부 및 전매 기한 준수 여부 △매각 시 얻은 시세 차익 등을 조사 범위로 제시했다. 야 3당은 국정조사 요구서를 통해 “특공제도를 악용한 위법행위로 과도한 시세 차익을 얻은 자들에 대해 실효성 있는 조사가 이뤄져 부당이득 등을 환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추 원내수석부대표는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한 후 기자들과 만나 “행복도시 이전기관 종사자 특별공급이 굉장히 부적절한 방법으로 이뤄졌고 실제 거주하지 않거나 실제 기관을 이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특공으로 부적절한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공무원과 공공 기관에 의한 두 번째 사례”라며 “LH 사태에서 본 것처럼 정부 차원의 셀프 조사로는 꼬리 자르기에 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개혁 등 현안을 두고 민주당과 보조를 맞춰왔던 정의당도 이번에는 등을 돌렸다. 이 원내대변인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과 정부가 정말 적폐를 청산하고자 한다면 과거와 현재 정권이 모두 관여된 특공 아파트야말로 가장 확실하고 분명한 적폐”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오늘 이 국정조사에 가장 앞서야 했던 것은 민주당이었다. 그러나 국정조사에 대해 수차례 협의를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해 매우 유감”이라며 “그동안 민주당과 대통령 입으로 말한 그 수많은 약속에 과연 진심이 있는지, 의지가 있는지 다시 한번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경찰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합동수사본부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국회가 국정조사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오히려 국민의힘을 겨냥해 “민주당처럼 소속 의원 전원에 대한 부동산 투기 여부 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자기 편에게 맡겨놓은 허울 좋은 ‘의원 전수조사’는 더 이상 들먹이지 마시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이 전수조사를 맡긴 국민권익위원회의 수장이 민주당 출신의 전현희 전 의원임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LH 사태에 대해 두 달이 넘게 수사를 하고도 초라한 수사 성적표를 내놓은 합수본의 조사를 지켜보자는 말은 이번 사건에 대한 해결 의지가 없다고 밝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동시에 ‘감사원 공익 감사’도 청구할 계획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감사원에 보낸 질의서를 통해 ‘청사 불법 이전 관련 관세청·기획재정부·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정안전부 공익 감사’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권 의원은 “즉각 감사원에 공익 감사를 청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반환 문제로 여야가 대립하는 상황에서 김오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 청문회, 국정조사 등이 줄줄이 갈등 요인으로 부상하면서 6월 국회가 파행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26일 열리는 김 후보자 인사 청문회에서 ‘코드 인사 논란’ 등을 따져 물을 계획이다. 강민국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임명 강행을 예정해놓고 요식으로 인사 청문회를 여는 청와대 오만이 도를 넘고 있다”며 김 후보자 임명에 쉽게 동의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법사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여야 대치도 길어지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민주당은 법사위원장 자리를) 돌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며 “우리는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지 구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법사위원장직은 다수 여당이 갖고 있어야 국회를 책임지고 운영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반환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 김남균 기자 south@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