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또다시 주택임대사업자를 옥죄려 하자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집권 초기에는 각종 혜택을 주면서 장려하던 정부가180도 돌변해 숨통을 조이더니 이번에는 더 센 규제 카드를 적극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세금 규제로 “다주택자 매물이 쏟아질 것”이라고 자신했던 정부가 예상과 다른 시장 상황에 당황해 임대사업자들에게 화살을 돌리는 모습이다. 한 전문가는 “정부 스스로 정책을 뒤집었다. 이런 정부를 어느 국민이 믿겠냐”고 비판했다.
◇ ‘임대주택 하세요’ 장려했던 정부=현 정부 집권 초기인 지난 2017년만 해도 임대주택 사업은 정부가 장려했던 제도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2017년 12월 “세입자와 집주인이 상생하는 정책을 펼치겠다”며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김 전 장관은 “다주택자들은 집을 팔든가 아니면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는 게 좋을 것”이라며 직접 임대 등록을 장려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때 정부의 당근책을 믿고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이들은 1년도 안 돼 큰 낭패를 보게 됐다.
정부는 이듬해 9·13 대책을 내놓으면서 임대사업자에게 약속했던 각종 혜택을 상당수 회수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40%로 낮추고 조정지역 내 신규 취득 임대주택에 대해 양도세 중과, 종부세 과세 등 세금 부담도 높였다. 이어 12·16 대책까지 거치면서 각종 세금 혜택은 사라지고 신규 등록 요건은 엄격해졌다. 그러던 정부는 결국 지난해 6·17 대책을 통해 대출 자체를 묶은 데 이어 7·10 대책에서는 4년·8년 아파트 매입임대를 없앴다.
이것도 모자라 정부와 여당은 현재 추가 임대사업자 규제 카드를 추진하고 있다.
우선 여당 부동산특별위원회는 임대사업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합산 과세 배제 특례제도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종부세를 원래대로 부담해야 한다. 양도세 혜택을 줄이는 것도 고려 중이다. 의무 임대 기간이 끝난 주택을 6개월 안에 팔지 않는 경우 양도세를 중과하겠다는 계획이다.
◇시장 안정 효과도 ‘글쎄’…정책 신뢰만 훼손=문제는 이 같은 정부 정책 변화가 정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기만 했을 뿐 시장 안정에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데 있다. ‘임대사업자 때리기’로 등록 임대주택이 계속 줄어들면서 시장의 임대 매물은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이는 곧 전월세 대란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8월 이후 올 4월 말까지 임대 기간 만료와 함께 자동 말소된 등록 임대주택은 50만 708가구에 달한다.
하루아침에 ‘부동산 적폐’로 몰린 임대사업자들 또한 부글부글하고 있다.
정책 실패의 책임을 애꿎은 임대사업자에게 돌리면서 생계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 관계자는 “등록 임대주택 중 시장이 바라는 신축 아파트 물량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며 “정부와 여당이 부동산 실책으로 인한 집값 상승 책임을 임대사업자에게 돌려 국민 비난을 피해가려고만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정부의 주장대로 임대사업자 규제를 통해 매물을 강제로 유도하더라도 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정부 규제로 임대사업자들이 혜택을 뺏기더라도 거래세 부담이 워낙 큰 상황이어서 매물로 내놓는 경우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임대료 상한을 적용받아 비교적 저렴하게 살던 임차인들의 부담이 더 커지는 등 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무엇보다 가장 큰 실책은 정부에 대한 신뢰 상실”이라며 “정부 정책을 믿고 따른 사람들에게 스스로 약속한 것을 다 뒤집어버리겠다는 것인데, 이런 정부를 믿고 어떤 국민이 따라가겠느냐”고 지적했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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