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 플랫폼 기업 야놀자가 기업가치를 8조 원 이상 인정받고 나스닥 상장이 거론되면서 제2의 쿠팡 후보로 떠올랐다. 두 기업 모두 소프트뱅크가 투자처로 낙점했고 글로벌 기업과 비교해도 몸값이 비싸다. 플랫폼 기업의 가치 평가 논란 한복판에 선 야놀자가 쿠팡처럼 이를 정면 돌파하고 미국 주식시장에 화려하게 데뷔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일본 투자 기업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야놀자와 1조~2조 원의 투자를 협의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야놀자의 기업가치를 8조 원, 심지어 많게는 10조 원까지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을 추진 중인 야놀자는 현재 장외시장에서 시가총액 8조 원 이상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야놀자는 소프트뱅크의 투자가 확정되면 동남아로 사업을 확대하고 나스닥 등 해외 상장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8조 원 이상 기업가치를 입증하려면 해외로 사업을 키워야 한다”면서 “동남아의 야놀자와 같은 플랫폼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야놀자는 숙박 예약 사이트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레저를 포함한 온라인 여행 에이전시(Online Travel Agency·OTA)와 국내외 호텔에 전산 시스템을 제공하는 호텔 솔루션 사업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외 사업 전체 매출은 3,000억 원으로 추산되며 영업이익이 소폭 흑자로 전환했다.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받아 적자 상태에서도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에 성공한 쿠팡은 야놀자의 롤모델이자 비교 대상이다. 쿠팡은 지난 2020년 매출이 13조 3,000억 원으로 야놀자를 압도하지만 영업손실이 5,257억 원에 달한다. 올해 1분기 쿠팡은 3월 상장 당시 공모가 기준으로 68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쿠팡은 상장 후 확보한 자금으로 경쟁자를 따돌리기 위해 물류 센터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쿠팡과 야놀자의 주가매출비율(PSR)로 따지면 쿠팡은 약 5배, 야놀자는 27배다. 야놀자가 쿠팡보다 몸값이 훨씬 비싸다. 야놀자의 PSR 배수는 동종 업계인 부킹닷컴(8배)보다도 높다. 마지막 투자 유치를 기준으로 한 성장 속도도 야놀자가 빠르다. 쿠팡은 2018년 소프트뱅크로부터 추가 투자를 받을 당시 10조 원에서 공모가 기준 68조 원으로 커졌다. 야놀자는 2019년 투자 유치 때 1조 2,000억 원에서 2년 만에 최대 10조 원이 거론된다.
쿠팡 역시 상장 당시 아마존과 비교하며 몸값 거품 우려가 나왔고 상장 첫날 시총이 100조 원을 찍었다가 60조 원 안팎으로 떨어졌다. 에어비앤비도 상장 후 매출이 3조 원에 불과하지만 시총이 100조 원까지 뛰었다.
반면 야놀자는 쿠팡에 없는 호텔 솔루션이 효자 노릇을 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호텔 전산과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솔루션 사업은 글로벌 기준 오라클에 이어 업계 2위에 속한다. 오라클의 호텔 전산 관련 고객은 4만여 곳인데 야놀자는 3만여 곳으로 추격하고 있다. 매출이 안정적이라는 얘기다. OTA 사업 역시 코로나19 여파에도 호텔에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2019년 특급 호텔과 레스토랑 예약 플랫폼인 데일리호텔을 인수하고 쿠팡이츠와 제휴를 맺은 덕이 컸다.
업계 관계자는 “아마존은 e커머스 사업보다 클라우드 사업에서 더 큰 이익을 내고 있는데 야놀자도 같은 논리로 투자자를 설득하고 있다”면서 “쿠팡의 확장 전략과 야놀자의 흑자 전략이 맞붙은 것”이라고 말했다.
/임세원 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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