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반도체 생산이 잠시 꺾이자 전체 산업 생산이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분기 단위로 계약하는 반도체 기업의 특성상 1분기 마지막 달인 3월에 생산이 몰리며 지난달 일시적인 기저 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매 판매는 역대 최고치로 올라섰지만 일각에서는 소비 회복 양극화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31일 통계청의 ‘4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산업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111.4(2015년=100)로 전월 대비 1.1% 감소했다. 지난해 5월 전산업생산 지수가 1.5% 감소한 후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다. 전산업생산은 2월(2.0%)과 3월(0.9%)에 증가세를 이어갔으나 석 달 만에 감소로 돌아섰다.
반도체 지수 하락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반도체 생산지수는 지난해 11월(7.6%)부터 12월(10.7%), 올 1월(0.7%), 2월(6.9%), 3월(4.4%)까지 5개월 연속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뒤 4월(-10.9%)에 하락 전환했다. 반도체에 대한 높은 산업 의존도에 일시적인 생산지수 감소에도 전 산업이 휘청였다. 반도체 지수는 전월 대비로 감소하기는 했지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30.0%가 증가해 절대적으로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노무라증권은 “한국의 높은 반도체 의존도가 불안정한 경제 펀더멘털을 감추고 있다”며 “반도체 호조가 경제 정상화에 가까워졌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0.4% 증가해 2월(1.1%), 3월(1.3%)에 이어 석 달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절대 수준을 보여주는 서비스업 생산지수도 110.2로 2001년 1월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였다. 옷·화장품·음식료품 소비가 증가한 영향으로 도소매(0.8%) 생산이 늘었고 집합 금지 조치 완화로 숙박·음식점(3.1%)도 증가했다. 다만 운수·창고(-2.2%) 생산은 줄었다.
소매 판매액 지수도 두 달 연속 2.3%씩 증가해 1995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외출이 늘고 소비 심리가 개선되면서 화장품 등 비내구재(2.4%), 의복 등 준내구재(4.3%), 통신기기·컴퓨터 등 내구재(0.7%) 판매가 모두 늘었다. 백신 접종이 확대되며 소비 심리가 개선되는 가운데 고용이나 자영업 상황이 소폭 나아져 소비 여력 또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소비 지표가 역대 최고라지만 소비 회복이 양극화 형태로 나타나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실제 전년 동월 대비 백화점(30.6%), 편의점(8.0%), 무점포 소매(15.3%), 면세점(51.6%) 등에서 소비가 급증한 반면 슈퍼마켓 및 잡화점(-8.9%), 대형마트(-1.2%)에서는 부진이 계속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해외여행이 막힌 상태에서 소득이 좀 있는 분들이 백화점과 내구재·준내구재 소비를 늘려 현재 회복을 주도하고 있다”며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는 소비 회복을 체감하지 못하는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종=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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