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4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신용대출 잔액도 전달보다 3조 7,000억 원가량 줄었다.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분위기인 데다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려는 금융 당국의 조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NH농협·우리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5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87조 8,076억 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690조 8,623억 원)보다 약 3조 원 감소했다.
올 들어 가계대출이 감소세로 전환한 것은 2017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부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불면서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매달 증가해왔다. 올해 초 증가액이 3조 7,967억 원을 기록한 데 이어 4월 말에는 9조 2,266억 원을 찍었다. 4월 SKIET 공모주 청약에 역대 최대인 81조 원이 몰리면서 대출 증가액에도 영향을 미쳤다가 청약금 전액 환불이 이뤄지면서 자금이 회수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개인 신용대출 잔액 또한 138조 4,911억 원으로 4월 말보다 3조 7,367억 원 감소했다. 다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월 말 기준 485조 1,082억 원으로 전달보다 1조 2,344억 원 증가했다. 2월부터 3개월 내내 2조 원대 증가했던 전세대출은 증가세가 둔화됐다. 5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은 114조 7,522억 원으로 4월 말보다 1조 7,746억 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은행권에서는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 관련 규제를 지속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가계대출이 크게 증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오는 7월부터 대출자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40% 규제가 단계적으로 시행되는데다 은행에서도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등 자체적으로 고삐를 죄고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등 주요 암호화폐 가격이 떨어지면서 은행의 정기예금은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정기예금 잔액은 624조 3,555억 원으로 4월 말보다 9조 5,564억 원 뛰었다. 정기예금 잔액은 3월(-2조 6,667억 원), 4월(-12조 8,814억 원)에는 감소했었다.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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