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 기업과 합병을 위한 페이퍼컴퍼니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의 주가가 요동치면서 ‘폭탄 돌리기’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별다른 합병 이슈 없이 주가가 큰 폭으로 널뛰기하자 최근 고전하고 있는 암호화폐 투자금이 다음 행선지로 스팩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SK5호스팩은 상한가를 기록하며 3,73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SK4·6호스팩도 각각 23%, 24% 급등했다. SK5호스팩은 최근 7거래일간 74%나 급등했다. 하지만 이날 하이제6호스팩은 하한가를 기록하며 3,440원에 거래를 끝냈다. 전일까지 3일 연속으로 상한가에 올랐지만 분위기가 갑작스레 변하며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이 밖에도 최근 6거래일 동안 주가가 138.60% 급등한 유진스팩6호는 이날 하한가로 마감했다. 최근 6거래일 동안 내리 상한가를 기록하며 380%나 폭등해 과열 우려를 자아냈던 삼성스팩4호는 이날 하루 동안 주권 매매가 중단됐다.
합병 호재 없이도 스팩의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높은 변동성을 추구하는 암호화폐 투자금이 대체재로 스팩을 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실제로 국내 증시에서 스팩주가 급등한 시기는 지난달 24일 이후로 미국과 중국 정부의 규제 압박으로 비트코인 가격 4,000만 원 선이 무너진 때와 맞물린다. 한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코인의 거품이 빠지자 높은 변동성을 노리는 암호화폐 자금이 스팩에 유입됐을 수 있다”며 “스팩은 시가총액과 거래량이 적어 특정 세력이 호가를 반복 제시하는 식으로 시세 부양이 손 쉬운 편”이라고 말했다.
/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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