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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정책 신뢰 추락…태릉·용산 등 정부주도 공급 '흔들'

여론 수렴도 않고 일방통행식 추진

마포·강남 등 지자체마다 파열음

13.2만 가구 공급계획 차질 불가피

수도권 주택난 더 심각해질 가능성

김종천 과천시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과천청사 주택사업부지 계획변경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의 과천청사 공급 계획 철회는 ‘공급 방안’ 마련에만 치우쳐 사전에 주민 여론 수렴을 소홀히 하다 발생한 사고다. 중앙정부가 주민 의견을 반영해 지역사회에 맞게 세워둔 지방자치단체의 계획을 무시하고 할당된 공급량을 무리하게 강요한 탓이라는 지적이다. 문제는 정부가 밝힌 ‘8·4 공급 대책’ 개발 후보지 가운데 주민과 지자체가 반발하고 있는 곳이 다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노원 태릉 골프장, 용산 정비창·캠프킴, 마포 상암동, 강남 서울의료원 부지 등이 대표적이다. 과천청사를 포함할 경우 이곳에 건립되는 아파트 규모는 3만 6,000여 가구에 이른다. 과천청사 사례에 비춰볼 때 이들 지역에서 반대가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무리한 강행에 ‘8·4 공급 대책’이 뿌리째 흔들릴 위기에 처한 것이다.

태릉 골프장 전경./연합뉴스


◇13만 가구 공급…곳곳서 터져 나오는 파열음=더불어민주당과 국토교통부는 4일 당정 협의를 열어 정부과천청사 부지에 4,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하기로 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8·4 대책을 통해 13만 2,000가구 이상의 수도권 주택 공급 방안을 발표했다. 이 중 정부과천청사 부지를 비롯해 새로운 택지를 발굴해 공급하겠다고 밝힌 물량은 3만 3,000가구에 달했다. 강남과 가까운 과천을 비롯해 서울지방조달청 부지(서초), 서부면허시험장 부지(마포), 캠프킴(용산) 등 서울 내 관심 입지들이 대거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의 지역에서 지자체 및 주민 설득을 충분히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발표를 해버린 탓에 거센 반발이 쏟아졌다. 실제로 과천청사 외에 서울 노원·용산·마포·강남구 등에서는 대규모 주민 집회 등 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분노가 폭발 수준으로 터져 나왔다.

세부적으로 보면 8·4 대책의 신규 택지 개발 계획 중 가장 규모가 큰 노원구 태릉CC(1만 가구)는 그린벨트 훼손과 교통난을 우려하는 주민들의 반대에 직면하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 소속의 오승록 노원구청장마저 “공급 규모를 1만 가구에서 5,000가구로 줄이자”고 정부에 공식 건의한 상태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선거 과정에서 태릉 골프장 부지에 대한 주택 조성 방안에 대해 “지역사회 의견이 굉장히 중요하고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서부운전면허시험장(3,500가구), SH 상암동 미매각 부지(2,000가구) 등의 개발 계획이 수립된 마포구 상암동 주민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역시 민주당 소속인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주민 협의 없이 추진하는 주택 공급 방안을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고 8일간 단식투쟁에 나서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상암동 일대에 정부가 짓겠다고 밝힌 물량은 6,200여 가구에 이른다.



3,000가구 공급이 계획된 강남구 삼성동 서울의료원 부지 또한 지자체에서 당초 개발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고밀화를 통해 1만 가구 규모로 공급 계획이 수정된 용산 정비창의 경우 서울시가 국제업무지구 조성을 주장하면서 임대주택 확대에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다. 용산 캠프킴 부지도 용산구청장이 직접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반대에 ‘개발 철회’ 잇따를까…공급 차질 불가피=정부가 결국 과천청사 개발 계획을 철회하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주민 반대를 뚫고 공급 계획을 추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지역 주민들이 ‘과천처럼 우리도 취소해달라’고 거세게 요구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공급 규모 축소 또는 완전 철회 등 계획 변경이 잇따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천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지난해 ‘8·4 대책’에서 정부과천청사 부지에 주택 4,000가구를 공급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과천시민들은 계획도시인 과천은 현재 조성된 주택 규모에 맞게 기반 시설이 정비된 상태라며 정부청사 터는 모든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공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급기야 김종천 과천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 운동까지 진행됐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양질의 입지를 갖춘 신규 택지를 발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쥐어짜기’에만 골몰하다 보니 발생한 부작용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택지를 지정하고 이곳에 임대주택 등을 건설하는 것에 대해 주민들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고려해 사전에 충분한 설득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이것이 전무했던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대규모 공급 계획이 어그러질 경우 수도권 주택난이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과천의 경우 대체 부지를 찾겠다고 했지만 이미 개발 밀도가 높은 서울의 경우 다른 대체 부지를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궁여지책으로 기존 개발지역의 용적률 상향 등 고밀화 추진을 한다고 해도 이에 따른 교통난과 기반 시설 부족 등 부차적인 문제가 터져 나올 수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지자체와 사전 교감을 이뤄 의견 수렴을 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인데 과도한 밀어붙이기식 정책으로 혼선이 커지고 있다”며 “추가적인 공급지 철회가 나오면 정부의 공급 대책 또한 차질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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