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가상자산 사업자의 자전거래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암호화폐거래소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부 서비스의 경우 수수료를 암호화폐로 받아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거래소가 수수료를 현금화할 수 있는 길이 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의견을 모아 금융 당국에 전달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암호화폐거래소들은 금융 당국이 가상자산 사업자 및 임직원의 해당 가상자산 사업자를 통한 암호화폐 거래 행위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하면서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지난 3일 암호화폐거래소와 대면 간담회를 열고 해당 개정안의 내용과 관련해 강한 추진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로 시행령이 개정되면 특금법상 신고한 거래소들은 조치를 즉시 이행해야 한다. 위반 시 1억 원 이하의 과태료, 시정 명령, 영업 정지, 신고 말소 등 처벌이 부과된다.
금융 당국은 해당 조항을 통해 사업자 및 임직원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시세를 조종할 가능성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 조항이 현재 운영 중인 일부 서비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입을 모은다. 원화로 암호화폐를 사고파는 마켓 외에 비트코인으로 다른 코인을 사고파는 BTC마켓이 대표적이다. BTC마켓은 비트코인을 기준 통화로 해 거래에 따른 수수료도 비트코인으로 부과한다. 오는 9월 25일부터는 거래소가 수수료로 받은 코인을 매매해 현금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해당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특금법 신고를 준비하면서 BTC마켓 등을 운영 중인 거래소로서는 고민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한 20곳 중 10여 곳이 BTC마켓 등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암호화폐 시장에서 원화마켓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거래소에서 BTC마켓 등은 다양한 투자 유형 중 하나로 제공해왔다”며 “시행령 시행에 따라 얼마나 영향을 받게 될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법인 계정에 대해 은행에서 실명 확인 계좌를 내주고 있지 않아 거래소가 다른 거래소에서 코인 거래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결과적으로 (추적이 어려운) 장외거래를 더 키우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향후 업계의 의견을 모아 금융 당국에 전달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한편 금융 당국은 특금법 신고가 접수되는 순서대로 사업자를 심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조기 신고를 마친 사업자를 중심으로 투자자들의 거래를 유도해 미신고로 인한 영업 중단 등에 따른 투자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