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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간섭에 씨티은행 매각 더 꼬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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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 금융산업을 육성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산업은 기술력이 결합된 핀테크·빅테크의 출현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만큼 법 개정, 제도 개선 등이 그만큼 뒤따라야 했기 때문에 금융권의 기대도 컸다. 하지만 홍콩을 대신해 아시아 금융허브가 될 것이라 강조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다. 외국계 금융기관을 유치하기는커녕 기존에 있던 곳마저 철수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여전히 산업 육성에는 뒷짐만 진 채 ‘감 놔라, 배 놔라 ’하며 기업 경영에 참견하는 모양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동안 잠잠했던 금융권을 향한 정치권의 간섭이 다시 시작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6명으로 구성된 ‘민주당 노동존중실천 국회의원단’은 전날 국내 소비자금융 부문 매각을 선언한 한국씨티은행을 찾아 경영진에게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요구했다. 이들은 씨티은행 본점을 찾아 유명순 은행장을 면담하며 매각 과정에 고용 불안이 발생하지 않을 것을 요청했다. 유명순 은행장은 이에 대해 “그렇게 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어떤 은행장이 여당 현역 의원들이 면전에서 요청한 것에 ‘노(No)’라고 답할 수 있겠냐”며 “노사가 알아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정치권이 개입하면서 오히려 일이 더 꼬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통 매각, 부분 매각 등을 놓고 쉽지 않은 매각 과정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씨티은행 입장에선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난 셈이다. 노조가 고용안정을 요구하며 사측에 전면전에 나선 상황에 정치권까지 지원 사격에 나서면서 사측의 고심은 깊어지는 분위기다. 자칫 매각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표류할 경우 노사 모두가 공멸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2012년 HSBC가 국내에서 소매금융을 매각하려다 고용 승계 등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이듬해 청산 절차를 밟았다. 당시 소매금융 직원 90% 이상이 구조조정됐다.



15일 한국씨티은행 본사를 찾은 여당 의원들과 노조 간부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한국씨티은행 노조 제공


정치권의 역할은 개별 기업의 매각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일방적인 구조조정은 노동자의 피해로 돌아갈 수 있지만 비대해진 조직을 그대로 유지한 채 매각하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사측은 이날 ‘자발적 희망퇴직’을 비롯해 매각에 따른 전적(인수 회사로 적을 옮기는 것), 기업금융 등 행내 다른 부문으로 재배치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처럼 나름대로 고용 안정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자칫 정치권의 간섭이 노사간 합의의 판을 깨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금융 간섭은 더욱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올 들어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들은 금융권에 다양한 요구를 쏟아내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기본소득 정책을 금융권에서 지원해줄 것을 의뢰해 논란이 됐다. 이낙연 전 대표는 4대 금융지주 회장, 부행장 등과 잇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부담을 나눠 가질 것을 요구했다. 이들의 요구로 지게 될 금융권의 부담은 다시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이들이 미래 지도자로 자질을 보여주려면 금융권을 때려 희생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부족한 부분을 도와 성장의 동력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터넷은행을 비롯해 국내 핀테크 업체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이 이를 보여주고 있다.

/김광수 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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